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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성장·영남에만 기대선 안 돼 … 올드·신보수 묶을 플랫폼 구축해야”

중앙일보 2017.02.15 00:40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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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시 중구 덕산동 동아백화점 쇼핑점 앞에서 자유대한민국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시민대회 등 보수단체 회원 4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하는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가 열렸다.[중앙포토]

지난 8일 대구시 중구 덕산동 동아백화점 쇼핑점 앞에서 자유대한민국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시민대회 등 보수단체 회원 4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하는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운동 대구지역대회’가 열렸다.[중앙포토]


“보수가 사라진 게 아니다. 더 이상 ‘내가 보수’라고 공론장에서 말하기 부끄러워진 거다. 그래서 태극기부대가 이끄는 10% 아스팔트 보수, 열정 보수만 보인다.”(윤평중 한신대 교수)

보수의 위기, 전문가 10명의 진단
“10% 아스팔트·열정 보수만 남은 듯”


한국리서치의 이념 성향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2013년 1월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국민은 40%(진보 24%)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4%(진보 36%)로 나타났다.

본지가 14일 정치학·정치철학,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에게 한국 보수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질문했더니 7명이 보수를 대변할 새로운 리더십의 부재를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바른정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분당, 지난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보수층이 마음을 줄 지도자와 정당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거시적으로 보면 정치세력으로서 한국 보수의 축소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도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보수정치의 도덕적 기반이 무너지고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한국정치학회장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보수정권 10년간 올드패션의 토건경제, 대기업 위주의 트리클 다운(낙수효과), 창조경제가 실패하면서 ‘보수는 부패해도 경제적 퍼포먼스는 낫다’는 신화도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2004년 천막당사 시절 모습 보여야

국가 중심주의 패러다임의 실패를 보수정치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보수는 첫째가 반공, 둘째는 성장, 셋째가 영남을 기반으로 유지됐지만 더 이상은 반공·성장·영남에 기대 보수가 존립하기 어렵다”며 “지금 나타나는 태극기세력, 낡은 보수에 미래를 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는 국가주의 보수와 작은 정부를 바라는 서구식 자유주의 보수가 한 울타리에서 융합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그게 새누리당 분당사태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보수 위기는 2007년 진보 위기의 미러링(거울에 비친 좌우 바뀐 모습)”이라며 “2004년 천막당사 시절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위기가 굉장히 오래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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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보수 위기의 해법에 대해선 “대선용 빅텐트 같은 정치공학에 매달리지 말고 느리고 고통스러워도 정공법으로 가라”(윤평중 교수)고 조언했다.

"서민정당으로 탈바꿈, 차세대 육성하라”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부를 잘한 엘리트, 상류층 귀족계급 이미지 같은 전통적 권위주의 리더십은 과감히 버리고 서민을 위한 정책 정당, 유권자 정당으로 거듭나고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육성하라”고 충고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보수가 passion(열정)에 좌우되고 종북몰이 같은 이념정치를 해선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쏟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도 “올드보수와 신보수를 다시 묶어 줄 ‘따뜻한 공화주의’ 같은 비전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래지향적 비전에서 지금의 먹거리 문제를 푸는 해법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세대 이상 한국 사회를 움직인 보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탄핵이란 비상상황이 정리되면 보수 지지층은 온전히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백민경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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