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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 경북 구미시장 "박 대통령 잘 나갈때 딸랑딸랑 사람들 어디갔나"

중앙일보 2017.02.12 14:40

11일 서울 대한문 앞 도로에서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집회 참여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 SNS 캡쳐]
 

"박 대통령 (탄핵 문제가 불거지기 전) 잘 나갈 때 사진 못 찍어서 안달하고-. 딸랑딸랑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습니까."

지난 11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이렇게 외쳤다.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서다. 전국 자치단체장 가운데 태극기 집회 참석은 그가 처음이다.

남 시장은 단상에 나가 "지금의 사태를 도저히 볼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간도 빼주고 쓸개도 빼주고 앞에서 딸랑딸랑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 그 사람들 지구를 떠나도록 태극기 한 번 흔들어주자"고 소리쳤다.

남 시장의 태극기 집회 참석, 이 자리에서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남 시장은 "집회 참석 등은 (박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구미시민들을 욕보이게 한 것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구미시는 생가와 동상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남 시장은 태극기 집회에서 6분49초 동안 박 대통령과 보수를 하나로 묶어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이 좌파세력에 의해 유폐돼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피눈물을 닦아주자"고 했다. 진보·보수에 대해서도 흑백논리를 폈다. 남 시장은 "도대체 이게 나라냐. 진보좌파 세력은 다 이긴 것처럼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고만장 해 있다"면서 "보수는 어떠하냐. 보수는 꼴통이라고 매도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면서 "탄핵은 기각되고 박 대통령은 다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고, '애국보수'라는 표현까지 거침없이 했다. 남 시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세력도 보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세력도 보수다. 우리나라를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낸 것도 보수다. 무역대국으로 만든 것도 애국보수세력이다"고 주장했다. 야당 대권 주자들을 비꼬는 듯한 말도 했다. 그는 "산업화 세력의 고마움을 망각하고 폄훼하는 사람들, 돈 버는 게 아니라 돈 쓰는 데 몰두하는 소위 대권주자들. 그 사람들이 말하는 엉터리 사탕발림 공약을 다 합하면 89조원"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시민단체와 야권은 발끈하고 있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개인적인 정치 욕심 때문에 과한 발언과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민을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미도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대다수인데 남 시장의 말은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할 시간에 힘든 구미 경제를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구미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남 시장이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구미시민을 욕보이는 일이다. '박정희 우상화'로 실추된 구미시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근래 대구경실련 사무국장은 "남 시장은 자신의 선거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어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값어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당위원장은 "남 시장이 경북도지사 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탄핵 기각 집회에 참여한 것도 정치적 진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행동일 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실제 대구·경북의 민심은 어떨까.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조사해 10일 발표한 2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구·경북의 탄핵 찬성 여론은 69%로 집계됐다. 10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광주·전라가 96%, 서울 81%, 인천·경기 79%, 대전·세종·충청 77%, 부산·울산·경남 76% 순이었다.

구미=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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