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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담배경고그림 아무리 붙여봐라 내가 담배 끊나. 담배케이스 사지 ㅋㅋㅋ'

중앙일보 2017.02.12 13:27
“처음에 들여올 땐 몰랐어요. 이렇게 잘 팔릴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영(39ㆍ여)씨는 지난 1월 담배케이스를 들여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23일 ‘경고그림’ 담뱃갑 표기를 의무화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후 담배케이스는 이씨 가게에서 효자품목이 됐다. 이씨는 “평일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담배케이스에서 나온다”며 “판매를 시작하고 입소문을 타니 ‘가게 문을 언제 여느냐’는 문의전화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배케이스.지난해 12월 시행된 담뱃갑 경고그림을 완벽하게 가려준다.여성국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배케이스.지난해 12월 시행된 담뱃갑 경고그림을 완벽하게 가려준다.여성국 기자

지난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담뱃갑 앞뒷면의 30% 이상을 경고그림으로 채우도록 했다. 당시 복지부는 경고그림 도입으로 흡연율이 최대 4.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고있다. 경고그림이 가려지는 담배케이스가 인기를 끌고, 담배를 진열할 때 경고그림을 가리는 매점도 등장했다.

최근 흡연자들이 담배케이스를 많이 찾는 건 경고그림이 지나치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담배케이스는 담뱃갑에 표기된 경고그림은 물론 ‘뇌졸중의 원인 흡연! 심장질환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등의 경고글까지 완벽하게 가려준다.

담배케이스를 판매하는 이들 가게에 붙은 홍보글은 담뱃갑 경고글에 대한 답 처럼 읽힌다. ‘담배 경고그림 아무리 붙여봐라. 내가 담배 끊나. 담배케이스 사지.ㅋㅋㅋ’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승희 등 국회의원 11명은 소매점 등에서 담배를 진열할 때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매점 내에서 경고그림을 가리는 진열장을 사용하거나, 가격표ㆍ스티커 등으로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의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이후 담배케이스 수요가 늘고 있다.이에 서울 홍대 인근 한 액세서리 가게는 담배케이스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이곳에선 독일제 담배케이스가 개당 1만7900원에 판매되고 있다.하준호 기자

보건복지부의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이후 담배케이스 수요가 늘고 있다.이에 서울 홍대 인근 한 액세서리 가게는 담배케이스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이곳에선 독일제 담배케이스가 개당 1만7900원에 판매되고 있다.하준호 기자

담배케이스는 1만원 이내의 중국산 제품부터 10만원이 넘는 해외브랜드 제품까지 가격 폭이 넓다. 가죽ㆍ플라스틱 등 그 종류와 디자인도 다양하다. 흡연자 본인이 사용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인ㆍ연인을 위한 선물용으로도 많이 팔린다. 이씨의 가게에서는 각양각색의 독일제 제품을 1~2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 홍대 인근 담배케이스 판매가게에 담뱃갑 경고글  ‘심장질환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에 답이라도하듯  ‘담배경고그림 아무리 붙여봐라 내가 담배 끊나.담배케이스 사지’라는 글이 붙어있다.하준호 기자

서울 홍대 인근 담배케이스 판매가게에 담뱃갑 경고글 ‘심장질환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에 답이라도하듯 ‘담배경고그림 아무리 붙여봐라 내가 담배 끊나.담배케이스 사지’라는 글이 붙어있다.하준호 기자

담배케이스는 온라인에서도 인기다. 흡연자 서재일(30)씨는 “법 시행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담배케이스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다”며 “주변에 온라인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담배케이스를 주문하는 흡연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담배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는 이지영씨는 “평일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담배케이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여성국 기자

서울 홍대 인근에서 담배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는 이지영씨는 “평일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담배케이스에서 나온다”고 말했다.여성국 기자

경고그림 가리기 이외 다른 이유도 있다. 손영남(30)씨는 “담배케이스에 담배를 보관하면 담뱃가루가 떨어지지않아 편리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여성국·하준호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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