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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 안희정, 쫓기는 자 문재인 ‘친노 적자’ 진검 승부

중앙선데이 2017.02.12 00:00 518호 6면 지면보기
판 커지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지사는 19%를 얻었다. 전주보다 무려 9%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충청과 중도 표심을 파고들면서 열흘도 안 돼 지지도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주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진 29%를 기록했다. 32대 10과 29대 19는 어감부터 다르다.

安, 중도층 흡수로 차별화 승부수
文, 겉으로는 환영 속으론 위기감
고공전 대 진지전, 대응 전략 부심

 
문 전 대표 진영은 긴장하고 있다. 캠프 내부엔 위기감마저 감도는 모습이다. 다자 대결 지지도가 35%만 넘으면 대세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던 차에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당 바깥이 아니라 당내에서, 게다가 ‘친노’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후배 정치인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판세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문·안 양강 체제가 본격화할 것인가, 아니면 반짝 인기에 그치고 다시 대세론으로 수렴할 것인가.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두 후보 진영도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집중 비교·분석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젊음의 힘 강점, 위기관리 능력엔 물음표
문 전 대표에게 있어 안 지사의 최대 위협 요소는 ‘쫓는 자의 기세’다.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뜬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이번엔 안 지사가 추격자의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쫓는 자의 기세’ 와 ‘쫓기는 자의 초조감’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더욱이 지난해엔 이 시장은 물론 문 전 대표도 함께 지지도가 오른 데 비해 안 지사의 경우 문 전 대표의 지지도를 잠식하는 제로섬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평가다.
 
안 지사의 자신감은 “국민은 늘 역전 드라마를 원한다”는 말 한마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관전자는 은연중 약자를 응원하기 마련이고, 경기가 극적으로 뒤집어질 경우 희열의 강도는 배가된다는 논리다. 문 전 대표에게 후배로서 예의를 지키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최근 들어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는 등 직설적 화법을 자주 구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전 대표와는 다른 지역과 이념·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특히 중도층 공략이 눈에 띈다. 일찌감치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책 연대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엔 대연정 카드까지 꺼내면서 일약 논란의 중심에 섰다. 캠프 내부에서도 “공격도 많이 받고 있지만 어찌 됐든 이슈 선점을 통해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의 연대설 등이 더해지면서 중도 성향과 50~60대 유권자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반 전 총장 퇴장 후 무주공산이 된 충청 지역에서의 표심 이동은 덤이다. 이들 모두 문 전 대표에겐 공략하기 쉽지 않은 지지층이었다.
 
안 지사는 여기에 친노 지지층의 전략적 판단이 더해질 경우 당내 경선에서도 충분히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친노의 적자(嫡子)’ 타이틀을 놓고 문 전 대표와 외나무다리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친노 유권자들이 확장력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문 전 대표 대신 안 지사의 본선 경쟁력을 선택할 경우 대세몰이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젊음의 힘’도 언제든 띄울 수 있는 승부수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뒤따르는 법. 최상의 시나리오는 단지 희망사항에 그치기 십상인 게 냉엄한 정치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제 막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안 지사 앞에는 검증이란 1차 관문이 자리 잡고 있다. 능력·자질·경력·리더십 모두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악재가 불거지기 쉽다.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연임한 반 전 총장도 20일을 못 버텼던 바로 그 시험대다.
 
문제는 안 지사가 큰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경험도 없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지만 본인이 주인공이었던 선거는 두 차례의 충남지사 선거가 사실상 전부다. 게다가 이번 캠프도 대선을 치러본 중견급 인사들을 제외하고 젊은 참모들 위주로만 꾸렸다. 위기관리 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문 전 대표 측근도 “대통령 선거와 도지사 선거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안 지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겹겹이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헤쳐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도보수 친화 전략도 양날의 칼이다. 안 지사의 최근 행보는 ‘중도 공략에 성공해 진보의 마음을 사고, 충청 민심을 등에 업고 호남으로 진출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성동격서의 또 다른 버전으로, 집토끼를 곧바로 공략하는 것 대신 좀처럼 잡히지 않는 산토끼를 먼저 잡아 능력을 인정받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되레 안 지사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전체 유권자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유효한 전략일 수 있겠지만 정작 민주당 지지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는 당내 경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역설이다.
 
게다가 막판 뒤집기 가능성이 어음이라면 당내 세력·조직의 뚜렷한 열세는 현찰이다. 실제로 당 안팎의 친노 세력은 이미 대부분 친문재인화된 지 오래다. 안 지사가 속한 386 그룹에서도 임종석 전 의원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 상당수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안 지사는 민주당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안 지사의 단기필마 신세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흥행엔 반색, 좌우 협공 모드는 부담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지지도 상승에 겉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잖아도 문재인 대세론 속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러다 김빠진 민주당 경선이 되는 것 아니냐. 경선 컨벤션 효과는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았다. 이런 상황에서 안 지사가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은 흥행 측면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국민의당은 안철수·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다자 경쟁 구도로, 보수 진영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의 후보 단일화 논의로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터에 전체 지지도 1, 2위 주자 간 경쟁 구도로 맞불을 놓으며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 있다.
 
페이스메이커 효과도 문 전 대표 측이 내심 기대하는 부분이다. 탄핵 정국 때 이 시장이 뜨면서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둔 데 이어 최근 이 시장이 주춤하자 이번엔 안 지사가 주목을 받으면서 문 전 대표가 홀로 민주당 지지율을 견인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한 핵심 측근은 “홀로 뛰는 마라톤에는 늘 위험 요소가 상존하기 마련”이라며 “본선 레이스까지는 적당한 페이스메이커가 필수”라고 말했다. 캠프 주변에선 안 지사의 존재가 문재인 대세론에 집중되는 화살을 분산시켜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캠프 관계자는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 등 보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라고 판단했고 이 시장도 나름 한계가 뚜렷하다고 봤다”며 “하지만 안 지사는 파괴력 측면에서 이들과는 다르다는 게 자체 평가”라고 전했다. 안 지사 개인 이미지나 대연정 등 그간의 전략적 행보로 볼 때 지지도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당내에서도 안 지사의 잇따른 우클릭에 맞서 이 시장이 선명 진보를 내세우며 연일 좌클릭 행보에 나서면서 문 전 대표가 좌우에서 협공을 받는 모양새다. 캠프 내부에선 이 같은 구도가 지속되면 정책 차별화와 이슈 선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여기에 대세론 피로도가 맞물릴 경우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 논의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상존한다. 그렇다고 같은 친노 후보라는 점에서 검증 공세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자칫 “선배 강자가 후배 약자를 공격한다”며 역풍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급부상이 세대교체론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 전 대표로서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구도다. ‘60대 문재인 대 50대 안희정’ 그림이 한번 그려지면 이후 안철수·유승민·남경필 등 다른 50대 후보들과의 경쟁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안 지사의 강점은 곧 문 전 대표의 약점이다. 당내 경선에서의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문 전 대표에게 안 지사와의 경쟁 구도가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목표만 바라볼 것” vs “오바마 벤치마킹”
양측은 새로운 상황 변화에 따른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진지전’으로 나설 태세다. 중도보수 인사를 계속 영입하는 등 본선에 대비해 진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며 대세론을 굳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9일 세월호 유가족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이를 ‘토끼와 거북이론’으로 풀이했다. 그는 “경주에서 토끼가 상대를 봤다면 거북이는 목표만 봤다”며 “문 전 대표는 오로지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안 지사는 서울시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더 킹’을 관람한 뒤 “내 별명이 충남 엑소”라며 주연 배우 조인성과 함께 인증샷도 찍었다. 안 지사 측근은 “어차피 세력 대결로는 승산이 희박한 만큼 고공전으로 바람몰이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 지사 측은 미국식 대선 캠페인을 벤치마킹해 이미지와 메시지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안 지사가 직접 버락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과 스티브 잡스의 TED 강연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특히 조직이 열세인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최적의 카드 중 하나라는 점에서 성공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민경선인단 모집에 들어간 뒤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곧바로 순회 경선에 나설 계획이다. 그때까지 한 달여 동안 누가 실수를 줄이느냐도 또 다른 변수다. 문 전 대표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 파문, 복지 정책을 둘러싼 안 지사의 ‘공짜밥’ ‘개 발에 편자’ 발언 논란 등이 재연될 경우 경선에 임박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문 전 대표에게도, 안 지사에게도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인 셈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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