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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탐구생활] ‘건성 건성’ 장성택, 생활총화 기록 빌미로 3년 후 처형

중앙선데이 2017.02.12 03:19 518호 23면 지면보기
[평양탐구생활] 북한판 세뇌수단 생활총화
강원도 세포군 세포지구 축산기지건설에 참가한 황해북도여단 근로자들이 세포비서(오른쪽)의 진행에 따라 자기 반성과 상호 비판을 하는 생활총화에 참가하고 있다. [노동신문]

강원도 세포군 세포지구 축산기지건설에 참가한 황해북도여단 근로자들이 세포비서(오른쪽)의 진행에 따라 자기 반성과 상호 비판을 하는 생활총화에 참가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 사람들에게 매주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다. 생활총화를 하는 날이다. 생활총화는 40~50분 동안 각자의 업무와 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이다. 전 세계적으로 북한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다. 탈북민 인터넷신문인 뉴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매주 토요일은 노동당으로부터 정신적 지배를 받는 날”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가장 하기 싫었던 일로 대부분 생활총화를 꼽는다. 자기 반성과 상호 비판을 죽을 때까지 매주 지겹도록 한다고 가정해 보면 지긋지긋하다. 생활총화에서 조직에 대한 의구심, 지도부의 정책적 오류, 체제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발언은 추호도 용납되지 않는다. 수령의 충직한 전사로 살아왔느냐가 모든 총화의 기준이다. ‘나’는 없고 ‘수령’만 존재한다. 매일 수령만 생각하며 매주 수령에 입각해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따라서 북한에서 생활총화는 주요한 사회통제 및 사상적 세뇌수단이다. 북한 전체 주민들의 몸과 머리를 하나로 되게 한다. 생활총화는 영아·의식불명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해외주재원이나 유학생들도 생활총화에는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특히 문학예술부문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2일 1회씩 진행한다. 이들은 부르조아·수정주의 성향이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군 간부들 가운데 고위직은 매주 토요일 생활총화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생활총화 노트’로 대신한다.
 

매주 토요일 정신적 지배받는 날
평생 자기반성·상호비판에 넌더리
총화의 기준은 수령 향한 충성심
사회 통제와 사상적 세뇌의 수단 

반성거리 없을 때 대비 비축해 둬야
매주 하다보니 자연스레 요령 생겨
김정일 집권하며 대폭적으로 강화
경제활동 늘면서 여성 참여 느슨

생활총화는 각자의 반성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아침 독보(독서보고회)에 3번이나 빠졌다고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는다. 잘못의 원인은 혁명적 각오가 확고하지 못하고 안일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음부터는 몸이 아프더라도 아침 독보에 꼭 참가하겠다고 다짐한다. 다음은 상호 비판이다. 비판은 타인에 대한 비타협적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 소재와 대상은 다양하다. 근무시간에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거나 머리를 사회주의 스타일에 맞지 않게 기르면 비판을 받는다. 대개 10명 이내로 구성된 분조에서 분조장도 분조원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된다. 비판에는 위 아래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불성실하게 할 경우 ‘자유주의자, 조직이탈자’로 낙인찍히는 등 조직으로부터 배척되거나 심하면 소속기관의 ‘대논쟁’이라는 비판무대에 세워져 비판을 받고 엄중한 처벌을 받기도 한다.

세포비서가 경고·징계 조치하고 마쳐
생활총화는 세포비서가 그 행사에서 논의됐던 쟁점들을 평가하면서 경고·징계 등 조치를 한 후 마친다. 세포비서는 노동당의 최하위 말단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유기체의 최소 단위인 세포에 비유한 것이다. 이 세포비서가 생활총화를 주관한다. 북한 주민들의 생사여탈권은 세포비서의 입에 달려 있다. 북한 주민들은 싫든 좋든 생활총화를 삶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주 토요일 생활총화를 하다보면 반성할 거리가 없을 때도 생긴다. 함경북도 회령시 회령고려약가공공장에 근무했던 김철민씨는 “반성할 거리가 없을 것에 대비해 잔머리를 굴려 반성할 소재와 양을 남겨두는 등 조절한다”며 “매주 생활총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요령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생활총화는 주, 월, 분기, 연 단위로 나눠 진행된다. 월 생활총화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하며 그 달에 나타난 결함을 종합적으로 비판한다. 분기 생활총화는 주·월 생활총화와 달리 기관 단위로 진행되며, 상급조직 간부들이 참석한다. 연간 생활총화는 12월 말에 진행하며 형식은 분기 생활총화와 같다. 장진성 대표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매주 반복되는 생활총화를 몇 개월씩 해 보면 자유세계에서 태어나 체질화됐던 사람도 개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생활총화를 시작한 것은 1962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후부터다. 당시는 한 달에 한 번씩 개최했고 엄격한 참가를 강제하지 않는 느슨한 행사였다. 그러다 67년 이후 북한이 유일사상체계의 확립과 국제사회의 데탕트 분위기 등에 맞서 내부단속을 강화했고 김정일이 73년 8월 ‘전당에 새로운 당생활총화제도를 세울데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강화됐다.
 
강화된 생활총화는 10명 내외로 묶어 기존보다 치밀하게 조직됐다. 북한 전체 주민이 빠짐없이 생활총화에 참가하도록 했다. 74년 4월 발표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서 조직생활총화에 적극 참가하는 것을 명시함으로써 주민통제는 더욱 강화됐다. ‘10대 원칙’은 김일성 유일독재체제를 철저히 확립하고 대를 이어 김일성 일가를 높이 받들며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생활준칙과 행동규범이다. 그래서 생활총화를 시작할 때 자기 반성에 앞서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몇 조 몇 항에는 이렇게 지적했는데 나는 이런 잘못을 범했다”는 말로 시작하는 것도 그 이유다.
 
이처럼 운영되는 생활총화는 당 조직생활의 일부다. 북한 주민들은 사망할 때까지 당 조직생활 속에서 살아야 한다. 당 조직생활은 7세때 조선소년단에 입단하면서 시작한다. 조선소년단은 한국의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해양소년단 등과 같은 청소년단체다. 7세는 북한에서 소학교 2학년에 해당한다. 북한의 학제는 유치원(1년, 5세)-소학교(5년, 6~10세)-초급중학교(3년, 11~13세)-고급중학교(3년, 14~16세) 등으로 12년제 의무교육을 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조선소년단 이후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조선직업총동맹, 조선여성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에 가입하면서 조직생활을 이어간다.

세포비서에게 뇌물주고 빠지기도
조선여성동맹은 최근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과거보다 느슨해 지는 편이라고 한다. 자강도 강계식료공장에 근무했던 강나영씨는 “생활총화하는 날에도 장마당에 나가 먹고 살려고 아둥바둥하는 여성들이 많아 세포비서들이 어쩔 수 없이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세포비서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으면 괜한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뇌물로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되는 첫 단초가 당 조직생활에서 시작됐다. 장성택의 사형 판결문을 보면 ‘마지못해 자리에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는 대목이 들어있다. 이는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될 때 누군가 장성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상부에 보고했던 것이다. 그 당시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 숙청 대상이 되면서 비수로 돌아온 것이다. 생활총화 기록이 숙청하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 따라서 숙청 대상에 올라오면 과거 생활총화의 모든 기록들이 수사기관에 전달되기 때문에 장성택이라 해도 빠져 나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망하기 3년 전의 기록이 결국 그의 생명줄을 쥐고 있었다. 장 대표는 “장성택은 2013년 12월에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해임이 결정됐고 국가안전보위성의 특별군사재판으로 넘겨졌는데, 정치국 확대회의는 생활총화의 최상위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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