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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녹음파일 변수 돌출, 헌재 심판 지연될 수도

중앙선데이 2017.02.12 00:00 518호 4면 지면보기
탄핵 결정, 3월 13일 이전이냐 이후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헌법재판소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 등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2000여 개를 11일 확보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임의 제출한 녹취파일의 녹취록과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녹음파일 일체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9일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받아달라고 헌재에 신청했다. 헌재는 이 같은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10일 검찰에 제출을 요청했고 이날 녹음파일 등을 넘겨 받았다. 헌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취위원 측이 열람복사를 신청하면 이를 제공할 방침이다.

헌재, 파일 2000개 검찰서 넘겨 받아
고씨와 통화 김수현 전화에서 녹음
절반은 영어회화, 상당수는 개인 통화

박 대통령 측 지연 전술 활용할 듯
국회 측은 “심판과 관련 없다” 반박
헌재 23일 변론 종결할 가능성 거론

 
 녹음파일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씨가 대학 동기인 노승일(41)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대학 후배인 박헌영(39) K스포츠재단 과장 등 지인들과 짜고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정부 예산을 빼돌리려는 시도를 한 정황이 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음파일에서 고씨는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 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 같은 녹음파일을 탄핵사유를 부정할 증거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고씨의 녹음파일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 중 일부가 헌재 심판 과정에서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심판 과정에서 녹음파일 분석에 필요한 시간을 더 달라고 대리인단이 요청할 수도 있다. 무더기 증인 신청처럼 지연 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2000여 개의 녹음파일이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가 사용한 휴대전화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대표가 휴대전화 자동녹음 기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녹음파일 절반은 영어회화 공부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고 상당수는 개인적인 통화 내용으로 확인됐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 측이 녹음파일을 모두 검토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회 소추위원 측은 고씨의 개인 비리 의혹이나 사적인 대화는 탄핵심판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씨는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그는 “그것에 대해선 검찰과 특검에서 설명을 다 했다. 내가 먹으려고 했다는데 정황이 없어서 (검찰 조사가) 끝났다”고 밝혔다. 이어 “한탕 해먹으려고 했다면 김종 차관이나 차은택 감독처럼 거기서 버텼을 것”이라며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잘라야 한다는 최순실의 이야기를 듣고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탄핵심판을 둘러싼 헌재 밖 장외 싸움도 진행 중이다. 발단은 원로 법조인들이 낸 신문광고다. 정기승 전 대법관, 이시윤ㆍ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등 원로 법조인 9명은 지난 9일 신문 1면 광고를 통해 “국회가 증거조사 절차나 선례 수집 과정 없이 신문기사와 심증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며 “이는 증거재판을 요구하는 우리 헌법의 법치주의와 적법절차 원리에 반하는 중대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소추를 한 결정적인 계기는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검찰이 작성한 최순실 공소장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탄핵심판을 비판한 원로 법조인들의 의견은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원로 법조인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원로 법조인들이 사비를 들여 쓴소리를 신문에 쏟아냈다. 성원을 보내고 정치권에 있는 사람으로서 무력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1일 촛불 집회에 참석해 헌재의 탄핵심판 조기 선고를 압박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시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9일 “지금까지의 주장과 제출한 증거를 체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정리해 23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앞으로 출석할 증인이 많은데 만약 불출석한다면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닌 한 해당 증인을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헌재가 22일 증인신문을 종결하고 23일 양측이 제출하는 최종 서면을 검토한 뒤 곧이어 변론을 끝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일정대로 탄핵심판이 진행되면 이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변수는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 심판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나와 의견을 밝힐지 여부를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심판 일정을 연기할 수 있음에도 헌재 출석을 고심하고 있는 건 공개 신문 때문이다. 헌재에 출석할 경우 대리인 도움을 받지 않고 공개 신문에 응해야 한다. 국회 소추위원들의 공세적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탄핵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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