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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 만들자는 것” vs “광장 민주주의 허망함 배워야”

중앙선데이 2017.02.12 00:00 518호 5면 지면보기
촛불·태극기집회로 갈라진 광장
강정현 기자

강정현 기자

11일 서울 도심에는 매서운 삭풍이 불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태극기집회가 열린 서울광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려나온 광장엔 엇갈린 저마다의 구호가 메아리쳤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박태균 서울대 교수와 태극기집회에서 만난 조동근 명지대 교수에게 둘로 갈라진 2017년 대한민국의 광장에 대해 들어봤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
개인 안전 보장 못하는 사회 문제
권력 사유화하면서 원칙 무너져
헌법재판관들 흔들리지 않을 것
현재의 광장은 새 역사 쓰는 것
시민 힘으로 사회 바꾸는 것 보여줘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검찰, 증거 없이 대통령 범죄자 몰고
국회는 그대로 인용해 탄핵 의결
대통령은 헌법 어기거나 부정 안 해
최순실 사익추구 제지 못한 건 잘못
탄핵심판, 정치재



박태균 교수

박태균 교수

조동근 교수

조동근 교수

이런 비폭력 집회가 100일 넘게 지속된 전례가 있나. 이유가 뭔가.
▶박“전례가 없는 것 같다. 시위를 하는 측과 시위를 막는 측 모두의 노력과 공감대가 있어 가능했다. 시위를 하는 측에선 폭력으로 시위의 정당성이 호도됐던 일들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 시위 명분이 모두 폭력 속에 묻혀버렸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적인 시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대중매체의 기본 입장이 됐고 여론은 시위를 정당하게 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위를 막는 측에서도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다. 과도하게 막을 수가 없었던 거다.”

▶조“엄밀한 의미에서 비폭력이 아닌 폭력집회다. 단두대, 박 대통령 처형 퍼포먼스, 대통령을 형상화한 공을 발로 차도록 한 것 자체가 폭력적이다. 탄핵세력은 군중을 동원해 대규모 시위를 하면 곧 ‘하야’할 것으로 속단, 초기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광장 민주주의’라는 반격에 직면했다. 태극기집회가 일어나면서 집회가 길어진 것이다. 태극기집회를 ‘박사모’ 모임으로 축소 보도한 것에 대한 대중의 분노도 변수로 작용했다. 언론은 처음에는 태극기 집회 자체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의 왜곡이 이런 거구나’를 절감하게 됐다. 또 최순실 돈으로 태극기 집회를 연다는 하태경 국회의원의 발언에 분노했다.”
 

현 시국이 뭐가 잘못됐나.
▶박“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부패한 정부의 부정한 개입과 부패한 자본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그런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핵심은 공정하지 못한 사회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현 시국의 문제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삶 속에서 개인의 안보(individual security)를 보장할 수 없는 사회가 된 것도 문제다.”
▶조“검찰은 충분한 증거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하고, 국회는 이를 그대로 인용해 탄핵을 의결했다. 세월호 사고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전형적인 정치적 탄핵이다. 대통령은 헌법의 원리나 원칙을 위배했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을 제3자 뇌물죄로 엮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다. 경제전문가들과 소액주주들 대부분이 합병에 찬성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죄는 무엇인가.
▶박“특정한 개인에게 특혜를 준 건 민주주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원칙이 무너졌다. 이런 헌법 위반은 엄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조“최순실의 사익추구 행위를 단속 제지하지 못한 것이다. 차은택의 사익추구 행위는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총수들과 독대도 의혹을 부추긴다. 배석자를 두고 명확한 기록을 남겼어야 했다.”
 
작가 김훈은 양쪽 집회에 다 기웃거렸다고 했다. 중간자적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나.
▶박“어떤 시대에나 중간지대의 시민은 많다. 독재를 지지하지도 않고, 민주화운동도 하지 않았던 시민이 적지 않다. 정치적 입장을 표출하기에는 먹고살기에 너무나 바빴던 이들이다. 중간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위해서도 정상화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조“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중간자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간의 사태 진전에서 이들의 역할이 막중했다. 최근 보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진실이 알려지면서 ‘조직되지는 않았지만 침묵하는 다수’로서 여론반전의 주인공이다.”
 
미디어의 보도 태도는 어땠나.
▶박“편향보도란 지적도 있지만 촛불집회 현장에 나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체험했다면 그런 지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거다.”
▶조“편향보도의 극치다. 축구 경기로 치면 관전자가 직접 운동장에 뛰어들어 플레이하는 격이다. 박근혜 죽이기 프레임을 갖고 팩트를 외면한 채 검찰·특검·야당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촛불집회에서 ‘이석기 석방’ ‘자본주의 아웃’ 등의 구호가 나왔다고 한다. 어떻게 보는가.
▶박“본류가 아닌 지류다. 그런 주장에 호응이 없었다. 오히려 촛불집회의 자율성을 보여준 사례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구호를 가지고 있었다.”
▶조“용공세력이 처음부터 촛불선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태극기집회에서 ‘군대여 일어나라’ 등의 구호가 나왔는데.
▶박“헌법을 무시한 처사다. 이는 다원화란 측면에서 봐도 너무 나간 구호다. 민주화 이전의 독재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조“일부 극단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곧 수그러질 것이다. 대다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한다.”
 
가짜 뉴스가 횡행한다.
▶박“아직까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언론사에서 팩트 체킹 뉴스를 따로 마련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닌가.”
▶조“급진세력의 조직적인 댓글부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부대 운용 의혹이 있다. 북한 사이버전사들의 악의적 가짜 뉴스 생산 개입 의혹도 있다.”
 
헌재는 어떤 기준으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해야 하나.
▶박“헌재 재판관들이 광장의 목소리에 흔들리진 않을 걸로 본다. 그럼에도 헌재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2004년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위헌 결정이 대표적이다. 이번 탄핵심판도 그 연장선이지 않을까.”
▶조“정치재판으로 흘러가는 안 된다. 시기를 못 박지 말고 외부 여론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헌법위반 행위를 재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기된 탄핵사유를 개별적으로 분리 심리해야 한다.”
 
노인 세대는 공산주의와 기아 속에서 고생한 공포가 있고, 젊은 세대는 미래와 희망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나.
▶박“공정한 사회에 대한 요구는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공감한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게 그것이다. 공정한 민주주의, 공정한 자본주의가 완성된다면 두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방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정치안정 및 경제 활력 제고가 정답이다. 그 전제로서 국민이 보다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소득과 부는 물론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또한 헬조선, 흙수저의 자조를 떨쳐야 한다.”
 
좌우 갈등 커지는 것 같다. 어떻게 봉합해야 하나.
▶박“양 집회는 좌우 갈등의 문제가 아닌 공정과 불공정의 문제다. 또 헌법 위반과 도덕성의 문제다. 공정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건 태극기집회 참석자들도 모두 동의하실 거다.”
▶조“헌정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여야 모두 국민의 선택으로 출범한 정부를 인정해야 하고, 외환내란죄가 아닌 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인정해야 한다. 정권 조기 퇴출 선동 시 차기 정부도 불행이 반복될 것이다. 국회 탄핵소추를 철회하고,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야 한다.”
 
긴 역사 속에서 본다면 지금 광장의 상황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박“헌재의 결정, 선거 이후 정상화를 위한 개혁 과정을 거쳐야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광장은 세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조“‘광장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망한가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비관적이다. 광우병 사태에서도 배운 것이 없어 보인다.”

 
성호준·강기헌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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