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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진로 상담 AI, 정보 입력 2초 후 어울리는 직업 찾아줘

중앙일보 2017.02.11 01:00 종합 13면 지면보기
직업 선택서 인력 배치까지 인공지능 활용 시대
[일러스트=배민호]

[일러스트=배민호]

과연 인공지능(AI)은 구직자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제대로 추천해 줄 수 있을까.

구글 ‘클라우드 잡스 API’ 출시
이력서 분석, 개인 특성에 맞는 면접
지원자가 인터넷서 지운 글도 활용

객관적 평가, 적재적소에 보직 알선
능력과 상관없는 정실적 요소 막아
국내 스타트업도 구인·구직 AI 개발

인공지능 인사관리 시스템의 한계
“인재의 자질 시대 따라 달라지는데
과거 입사자를 토대로 뽑는 건 곤란”

올해로 8년 차인 기자가 현재 서비스 중인 AI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선택할 만한 직업과 갈 만한 회사를 물었다. 한국 스타트업 드림스퀘어가 개발한 ‘휴리’는 9달러(약 1만원)에 진로를 상담해 준다. 휴리는 지난해 3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달러를 받는다. 한국은 공개된 개인정보도 활용할 수 없는 규제가 있어 휴리가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빅데이터는 3억 명의 미국인이다. 누구나 이용할 순 있지만 현재로선 구직자에게 어울리는 미국의 직업과 회사를 추천한다.

기자의 전공과 학력·관심사·보유기술에 대한 정보를 휴리에게 알려 줬다.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일하기보다 여럿이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등의 답변을 넣었다. 다룰 수 있는 기계나 도구를 묻는 질문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적었다. 약 2초 동안 고민을 한 듯한 휴리.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기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다름 아닌 ‘신문 출판인’이었다. 회비 9달러에 기자가 천직임을 확인한 순간이다. 하지만 추천해 주는 회사의 정확도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뉴욕 ‘프린스턴인포메이션’의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 등을 제시해 줬다.

휴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긴 하다. 하지만 AI는 진로 탐색은 물론 사람도 뽑고 인사 발령까지 낼 정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선두에는 구글이 있다. 구글의 전 인사 담당 수석부사장 라즐로 복은 자신의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 “우리는 여러 기법을 활용해 다른 회사 전체 직원 명단까지 확보했다”며 “그들이 구글에서 어떤 일을 맡으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데이터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사의 유능한 인재를 데려와 구글에서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지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경쟁사 입장에선 소름 돋는 얘기다.

구글에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200만 명이 지원한다. 이 중 5000여 명이 합격하니 경쟁률은 400대 1인 셈이다. 라즐로 복이 밝힌 구글의 AI 시스템은 우선 이력서에 적힌 데이터를 보고 구글에 적합한 인재인지 가려낸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사회적 평판을 정교하게 조사한다. 대학 시절엔 어떻게 생활했는지, 인간 관계는 어땠는지 등을 구글의 직원들에게 파악한다. 구체적으로 구직자가 직접 제출한 이력서와 구글 직원의 이력서를 대조해 같은 학교나 회사를 다닌 적이 있는 직원에게 집중적으로 물어보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자화자찬 일색의 자기소개서를 검증한다.

그런 다음 웨이백머신(Wayback Machine)이란 도구를 이용해 구직자가 과거 인터넷에 올렸다 삭제한 정보까지 찾아 평가에 활용한다. 구직자가 자주 글을 올렸던 홈페이지에 노인과 유색인종 혐오가 가득한 경우가 있었다. 웨이백머신으로 글을 쓴 기록을 추적한 결과 구직자가 아닌 노약자 혐오 단체가 이런 내용을 썼다는 사실을 알아내 불필요한 의심을 해소했다.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하고 이제 사람이 진행하는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구글의 면접관에겐 AI 보조 면접관 큐드로이드(qDroid)가 있다. 지원자를 분석해 그에게 맞는 맞춤형 질문을 만들어 면접관에게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 서비스정신이 뛰어나다고 밝힌 구직자에겐 ‘과거 동료를 도왔던 상황은 어떤 것이었고 그때 무엇을 했으며 어떤 결과를 얻었나’란 질문을 뽑아 면접관에게 준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이런 AI 인사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공급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알파 버전(상용화 전 단계)으로 출시된 ‘클라우드 잡스 API’는 미국의 직업알선회사 커리어 빌더(Career builder)와 IT 회사 자이브(Jibe) 등이 활용 중이다. 지원자의 자질을 데이터화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지를 분석해 채용을 돕는다. 채용 후엔 입사자에게 어울리는 보직도 찾아 준다.

일본의 통신·전자회사 NEC도 지원자 서류전형에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활용한다. 지원자들이 몰려 이력서를 살펴볼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NEC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만 골라내는 데 이를 활용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인사를 바꾼다』의 저자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일본 기업이 AI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일본 특유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인사시스템으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구인·구직, 진로 탐색에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광개토연구소·드림스퀘어·원티드랩·로켓펀치 등은 이미 프로그램 개발을 끝냈거나 완성을 앞두고 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기술자들이 가진 특허 데이터를 모아 이 테이터가 필요한 중소기업을 AI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한 후 이를 인사 관리에까지 적용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앞으로 국내 기업의 인사 관리, 특히 신입사원 선발에 본격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소수만 뽑는 대기업 정규직 공개 채용에 수만 명이 몰리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꼼꼼히 이력서를 살펴보기 어렵다. 면접관의 피로도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AI가 도입되면 지원자에게 맞는 질문을 골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할 수 있고 인사에 개입되는 정실적 요소들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적 의견도 있다. AI가 수집하는 원천 데이터 자체도 인간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 필요했던 인재와 앞으로 필요할 인재의 자질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 20년 동안 입사한 사람들의 프로필을 토대로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인사 관리에 적용되면 기계가 인간 위에 군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전 인사의 데이터화’를 실현한 구글도 회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재는 임원이 직접 ‘삼고초려’로 스카우트하는 고전적 방식을 이용하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이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가 인사에 적용되더라도 인사권을 쥔 사람의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S BOX]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관리, 머신러닝 수준 발전
인공지능(AI) 전에도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관리(HR)를 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 왔다. 처음 도입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대 미국 프루덴셜생명보험은 유능한 보험설계사를 뽑기 위해 이 방식을 활용했다고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 부모의 가정교육 방식, 부부관계 등 개인의 성장 배경과 보험상품 영업 실적이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집집마다 초대받지 않고 들어가 보험상품을 파는 일은 고객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어떤 성장 배경을 지닌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에게 무시당해도 빨리 심리 상태를 회복해 새 고객을 상대로 영업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보험사 입장에선 중요했다는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데이터 기반 인사관리의 대대적인 혁신은 2010년 구글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라즐로 복(Laszlo Bock) 전 구글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은 사람의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하고 데이터로만 인재를 평가하겠다는 철학을 세웠다.

최근 인터넷과 데이터 분석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데이터 기반 인사관리시스템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머신러닝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대학생 진로 상담 ▶구직자 직업 알선 ▶기업의 인사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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