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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탄핵의 창 권성동, 방패 서성건 “연수원 동기로 친하죠”

중앙일보 2017.02.11 01:00 종합 15면 지면보기
탄핵심판 양측 대리인단
“재판을 왜 이렇게 빨리 안 끝내나.”(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학교·연수원 동기·선후배로 얽혀
심리 시작 전엔 웃으며 인사 나눠
재판 땐 동기라도 양보 없는 신경전

대통령 측, 73세 서석구 등 선배 많아
고대 출신 5명, 연대 4명, 서울대 2명
박 대통령과 인연 있는 사람들 뭉쳐

국회 측, 2030 변호사도 상당수 포진
“전관의 경륜보다 실무 중심 진용 짜”
서울대 출신 6명, 고대 없고 연대 1명

“사건 실체 관계가 밝혀져야 끝나지. 우리가 (일부러 시간) 끌라고 카는 건 아니잖아.”(대통령 측 서성건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에서 국회 측 황정근(사진 앞줄 왼쪽) 변호사가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의원과 증인신문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에서 국회 측 황정근(사진 앞줄 왼쪽) 변호사가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의원과 증인신문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을 앞두고 강원도 말씨와 대구 사투리가 나지막이 오갔다. 웃음이 섞여 있었다. 대통령 측 서성건(57) 변호사가 ‘적장’인 권성동(57) 바른정당 의원과 나눈 대화였다. 적으로 만난 둘은 악수하며 잠시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헌재 심판정은 창과 방패가 부닥치는 전쟁터다. 한쪽은 대통령 탄핵을, 다른 쪽은 반대의 주장을 하며 날 선 공방을 벌인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심리가 시작되기 전 5~10분 동안 양측의 대리인단은 서로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법조인으로서의 인연이 있다. 적의를 숨긴 탐색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양측 대리인단은 사법연수원 동기, 학교 선후배, 판검사 동료 등 좁은 법조계 인맥으로 얽혀 있다.
권 의원과 서 변호사는 1960년생 동갑내기다. 27회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사법연수원(17기) 동기이기도 하다. 권 의원은 검사로, 서 변호사는 변호사로 법조인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길을 갔지만 이들은 “우리는 연수원 때부터 친한 사이였다. 교류는 많지 않았지만 언제 봐도 반가운 사이다”고 말한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사진 왼쪽)가 7차 변론 시작 전 서성건 변호사와 변론 쟁점을 점검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사진 왼쪽)가 7차 변론 시작 전 서성건 변호사와 변론 쟁점을 점검하고 있다.

현 정국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도 그만큼 다르다. 지난 12차례 변론 과정에서 탄핵심판의 절차와 증인 신청 등을 놓고 각 진영의 논리에 따라 여러 차례 맞섰다. 권 의원은 지난 3차 변론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출석하지 않자 기자실을 찾아와 “대통령 측이 (심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증인 출석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8차 변론에서 대통령 측의 39명 추가 증인 신청에 “불리한 증인까지 채택하는 것만 봐도 의도적으로 심리를 늦추려는 것”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서 변호사는 6차 변론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중 일부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수집됐다”며 증거 무력화를 시도했다. 7차 변론에선 증인으로 나온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의 주 신문자로 나서서 ‘박 대통령의 재단 설립 지시가 정상적인 국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지만 권 의원과 서 변호사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정치 기반으로 18대 총선(2008년)에 도전한 공통점도 있다. 권 의원은 한나라당 배지를 달고 초선 의원(강원도 강릉)의 꿈을 이뤘다. 내리 3선을 했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같은 당 예비후보(경북 칠곡-성주-고령)로 등록한 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서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청와대로부터 대리인단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구 출신인 서 변호사가 한나라당 당직자로 박 대통령과 맺었던 인연 때문이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권 의원은 탄핵소추위원장이 됐다.
양측 대리인단을 이끄는 이중환(대통령 측), 황정근(국회 측) 변호사도 사법연수원 동기(15기)다. 이 변호사는 황 변호사에 대해 “연수원 동기, 그 이상의 친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22년 경력의 검사 출신인 반면, 황 변호사는 법관 15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7차 변론 때는 증인 채택을 놓고 맞붙었다.

“(대통령 측이 신청한) 김장수·김규현 등은 박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전 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인데 진술서를 내면 다 동의하겠다. 굳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진술서로 대체할 수 있는 분들로 보인다.”(황 변호사)

“저희는 법정에서 직접 듣는 게 재판부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이 변호사)

11차 변론기일에는 변론에 대한 이의 제기를 놓고 대통령 측과 국회 측 변호사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재판이 끝나고 국회 측 이명웅 변호사가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와 서로 “안하무인”이라고 발언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 뒤 브리핑에서 이중환 변호사는 양측의 언쟁에 대한 질문에 “법조인들끼리 벌어진 일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부적절한 것 같다. 이명웅 변호사는 제가 또 개인적으로 잘 아는 친구다”고 답변했다. 검사 시절 헌재에 파견(2000~2002년)된 이중환 변호사는 당시 헌재연구관으로 있던 이명웅 변호사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판사·검사·변호사 족보를 따지면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선배’가 많다. 판사 출신으로는 1982년 부산지법 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서석구(73·연수원 3기) 변호사가 최고참이다. 검사 출신으로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경력을 마친 대통령 측 최근서(59·연수원 13기) 변호사가 가장 선임이다.

‘학연 친밀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주축은 연·고대 출신이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손범규(50·연수원 28기) 변호사 등 연세대 출신이 4명, 이중환 변호사 등 고려대 출신이 5명이다. 서울대 출신은 전병관(53·연수원 22기)·송재원(55·연수원 16기) 변호사가 전부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단은 서울대 인맥이 중심이다. 황정근·이용구(53·연수원 23기) 변호사 등 총 6명이다. 고려대 출신은 한 명도 없고 연세대 출신으로는 이명웅 변호사가 유일하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권성동 의원과 황정근 변호사가 주로 야당 의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현재의 진용을 짰다. “전관의 경륜보다 진짜 일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경력을 선임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헌재연구관 출신인 이명웅 변호사와 신미용(58·연수원 31기) 변호사가 탄핵심판의 절차·법리 해석을 위해 기용됐다. 또 탄핵 소추 사유 13개에 맞춰 판검사 출신을 고루 뽑고 이들과 호흡을 맞춘 후배 변호사들을 ‘2선 지원군’으로 배치했다. 한수정(34·변시 4회), 김봉준(33·변시 2회), 최지혜(29·변시 4회) 등 ‘2030’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된 이유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중심으로 뭉쳤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비선 실세 3인방’인 최순실·안종범·정호성씨를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을 때 변호인을 자청한 유영하(55·연수원 24기)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깊다. 손범규 변호사도 당시 같은 캠프에서 법률지원을 했다.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을 지냈고 현 정부에서도 정무법무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이상용(49·연수원 37기)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장충초등학교 동창회장이다.
 
[S BOX] 변호인 → 대리인, 판결 → 결정 … 
헌재, 법원과 다른 용어 쓰는 까닭
헌법재판소에는 판사와 변호인이 없다. 판결문도 없다. 실제로 없는 게 아니라 헌재만의 ‘특별 용어’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이다. 헌법재판소라는 이름부터 그렇다. 법원이 아니라 ‘재판소’다. 판사 대신 ‘재판관’이 있고, 변호인 대신 ‘대리인’이 있다. 법정이라는 용어도 쓰지 않고 ‘심판정’ 또는 ‘재판정’이라고 한다. 판결은 ‘결정’이라고 부른다.

이는 1988년에 제정된 헌법재판소법에 근거한다. ‘인권 수호의 보루가 돼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와 달리 당시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전신인 헌법위원회처럼 상징적 기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헌재의 권위를 세우고 독자적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법원과 다른 용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헌재가 판결 대신 ‘결정’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판결은 양 당사자가 법률적으로 다투는 사안에 대해 중립적인 법관이 판단한다는 의미를 뒀지만 헌재의 결정은 최고 권위를 지닌 재판관이 옳고 그름을 분간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강제주의를 택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재판소법 25조 3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 청구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교수는 “스스로 변론을 펼칠 수 있는 민·형사 재판과 달리 헌법재판에서는 법률적 지식을 갖춘 대리인을 반드시 고용하도록 해 심도 있는 법률 공방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준석 기자

윤호진·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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