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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서양사상 속성학습, 중국식 소화법

중앙일보 2017.02.11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중국은 어떻게
서양을 읽어왔는가

왕첸 지음
홍성화 옮김, 글항아리
312쪽, 1만8000원

귤화위지(橘化爲枳)란 말이 있다. 귤이 회수(淮水)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 성어를 낳은 중국이라 그런가. 뭐든 중국에만 들어가면 중국식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사회주의도 중국에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로 변하지 않았나. 중국의 장점 중 하나는 남의 것을 취할 때 자신의 현실 필요에 맞게 변형을 잘한다는 점이다.

문화대혁명이란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난 1980년대 초 중국에 절실히 요구된 건 무언가.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지적(知的) 동력이었다. 그 힘의 원천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중국의 눈은 서구를 향했다. 책은 사르트르에서 시작해 베버, 니체, 하이데거, 푸코, 데리다, 하버마스 등등을 거쳐 스트라우스에 이르기까지 지난 30년간 서구의 선진 사상을 탐욕스럽게 흡수해온 중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특정 시기마다 서구의 각 사상가들이 무슨 이유로 주목을 받았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책의 강점이다. 인간의 존엄이 무참히 유린된 문혁의 후유증으로 실존주의의 거인 사르트르가 가장 먼저 중국 지식인의 환영을 받았다는 해석 등이 그런 예다. 중국이 어떻게 서구 사상을 받아들였는가를 보면서 우리 현대 지성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자극이 됐으면 한다는 역자의 말이 숙제처럼 들린다.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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