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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의 변방에서] O2O시대, 우리가 상상해야 할 것들

중앙일보 2017.02.11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얼마 전 O2O 플랫폼 서비스 제공으로 유명한 어느 기업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 준다는 ‘Online to Offline’의 축약어이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신조어다. 요즘은 누구나 O2O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그 실체에 대해 누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관련 독서를 하고 있다고 굳이 밝히기도 했고, 유력한 대권 주자들은 저마다 그것을 선도하겠다고 말한다.

청중 질의시간에 젊은 직원이 손을 들고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지금 이 시대에 저희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O2O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까요?” 나는 그 질문이 무척 반가웠고 동시에 몹시 난감했다. 듣고 싶은 질문이었으면서도 뭐라 답해야 할지 잘 정리되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내가 이해한 O2O의 시대에 대해 솔직히 말하고자 마음먹었다.

우리는 이전보다 수고하지 않고도 여러 서비스를 이용한다. 굳이 전화를 하지 않아도 휴대전화의 버튼을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 콜택시와 대리 운전기사가 달려오는 시대다. 미용실을 예약하고 택배의 운송을 실시간으로 조회한다. 그러나 그 편리함과는 별개로 우리는 정작 사람의 수고로움을 잊는다. 간편한 방식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동안 자신에게 어느 노동자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구매 취소를 누르듯 쉽게 호출을 취소해 버린다. 부르는 것이 쉬웠던 것만큼 밀어내는 일도 쉽다.

나는 종종 ‘세 얼간이’라는 영화의 어느 장면을 떠올린다. 주인공 란초는 “기계에 대해 정의해 보라”는 교수의 질문에 “인간의 수고를 덜어 주는 건 다 기계라고 할 수 있죠”라고 해맑게 답한다. 그는 곧 이마에 분필을 얻어맞고 강의실 밖으로 쫓겨나지만 기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답을 했다.

기계뿐 아니라 모든 발명은 인간의(노동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한, 우리 스스로 편안해지기 위한 노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O2O 서비스이든, 아니면 세련되고 거창한 이름을 얻은 그 무엇이든 결국 모든 발명과 혁명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그 직원에게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 주세요. 그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상상할 수 있게요”라는 내용으로 답했다. 강연을 끝낸 나는 그들이 만든 택시와 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가장 빠르고 편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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