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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유치하려 지은 서울 관광호텔 현주소는] 업계는 “남아돈다” 정부는 “모자라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7.02.11 00:01
관광호텔 우후죽순 늘며 타임커머스 시장만 호황…유커 선호하는 저가 객실은 모자라
서울의 관광호텔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관광호텔 업계에서는 방이 남아돌아 평균 객실 요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선 아직도 중고가·중저가 객실이 모자란다고 반박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을 특히 주목하는 건 한국 관광산업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전체 외래 관광객의 약 80%가 찾는 도시일 뿐만 아니라 전국 관광호텔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724만 명으로 2012년(1114만 명)보다 54.7% 늘었다. 서울을 찾은 외래 관광객(추정치)은 같은 기간 920만 명에서 1357만 명으로 47.5% 증가했다.
 
주차장 없어도 호텔 지어
서울의 관광호텔 수는 전체 외래 관광객보다 더 가파른 비율로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 시내 348개 관광호텔 객실 수는 4만6947개로 2012년(161개, 객실 2만7173개)보다 72.7% 증가했다. 관광호텔이 이렇게 우후죽순 들어선 건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영향이 컸다. 정부는 외래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묵을 만한 번듯한 숙박시설이 부족하자 관광호텔을 지을 때 용적률을 두 배 가까이로 늘려주는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줬다. 심지어 주차장이 없어도 호텔을 지을 수 있었다.

관광호텔 업계에선 특별법 시행 이후 짧은 시간에 호텔 공급이 너무 늘었다고 비판한다. 정기택 T마크호텔 총지배인은 “지난 5년 사이 서울 명동에만 40개가 넘는 호텔이 들어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영업환경이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문지형 이사는 “서울 강남의 부티끄 호텔 객실도 20~30%가 빈방”이라며 “이에 따라 당일 예약 마감이 임박한 호텔 빈방 가격을 60~80% 깎아주는 타임 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오래된 비즈니스 호텔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노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호텔 신축용 부지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관광호텔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과 강남 일대에서 매물이 늘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박지영 하나투어 ITC 사장은 “호가도 높은 편이어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기택 총지배인은 “특별법의 혜택을 이용해 차익만 챙기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거래는 뜸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미 준공 예정 날짜가 지났는데도 호텔을 짓지 못한 곳도 꽤 된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준공 예정인 호텔은 188개(객실 2만8201개)에 이른다. 그러나 2015년까지 짓기로 했던 6곳, 2016년까지 짓겠다던 21곳이 아직 공사중이거나 공사 중단 상태다. 장용운 서울시 관광정책과 주무관은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부지는 사업계획 승인 후 2년 안에 착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인허가가 취소된다”며 “몇 곳은 승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특별법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다른 주장을 편다. 특급호텔이나 여인숙 방은 남아돌지만 자체 기준으로 분류한 중고가(하루 방값 10만~20만원), 중저가(6만~10만원) 관광호텔의 객실 숫자는 외래 관광객 수요를 여전히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석원 문체부 관광산업과장은 “지난해 실시한 ‘서울 숙박시장에 대한 수급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가 숙박시설은 3017실, 저가 5714실이 남았지만 중고가 4142실, 중저가 5261실이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이어 “지난해 기준으로 숙박 객실 증가율은 연평균 8.9%인데 최근 5년간 숙박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11%여서 이대로라면 2020년에 서울 시내 중고가·중저가 객실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호텔 짓는 데 통상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장기 전망을 보고 미리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이후 유커도 계속 줄어 업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기적인 관광객 동향에 휘둘려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정책 집행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관광호텔 급증에도 외래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묵으려는 객실은 모자라는 미스매치 현상도 심각하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6만~7만원을 적절한 숙박비로 여긴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들의 입맛에 맞는 관광호텔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 관광정책과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후 서울에서 특1급 호텔 6개, 특2급 16개, 1급 25개가 늘었다. 1급 호텔의 하루 방값은 대개 10만원이 넘는다. 2급은 6개, 3급은 22개 증가했다. 2, 3급도 다소 늘었지만 이들의 수요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문체부가 부족하다고 밝힌 ‘중고가·중저가’ 호텔이 늘어도 이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숙박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서울에서 하루 방값으로 6만~7만원을 받아선 수지 맞추기가 어렵다 보니 객실을 충분히 갖춘 2, 3급 호텔이 드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모텔 등으로 내몰 수밖에 없어 저질 여행 논란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싼커 늘어도 호텔 수급에 도움 안 돼
최근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유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었지만 이들도 호텔 수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싼커의 씀씀이가 크다지만 숙박비에 많은 돈을 쓰려고 하진 않는 듯하다”며 “더구나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 같은 다른 숙박시설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광호텔의 꼬인 수급 문제를 풀 묘책은 없을까. 뾰족한 수는 없고 ‘시간이 약’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대용 한국 호텔업협회 회원사업팀 과장은 “슬슬 문 닫는 면세점 나오듯이 3~5년 지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호텔부터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택 총지배인은 “특별법 시행이 끝나 대규모 공급 요인이 사라진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며 “관광객 다변화, 관광 품질 제고, 체계적 조사·관리로 맞춤형 호텔 공급 등의 해법이 있지만 당장 이뤄질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숙박업소 관련 법령을 통합·정비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광호텔 업계에선 수급 교란 요인인 불법 숙박시설에 대한 단속도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서울에만 불법 오피스텔·게스트하우스가 2만 실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의 관광호텔 객실 수의 43% 수준이다. 이에 대해 강석원 과장은 “공중위생관리법에(불법 숙박업소) 폐쇄 조항을 넣었고 형사처벌도 강화했다”며 “온라인에서 홍보하지 못하도록 단속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호텔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불법 숙박업소에서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외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관광 경찰대에 적발돼도 여전히 200만~300만원의 벌금만 물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 의지가 약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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