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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긴가민가] 지하철의 기본 자세

중앙일보 2017.02.10 00:01



출근길 4호선 이수역.

등장인물 맨 앞부터 차례대로.(믿거나말거나 아님 말구)

1호: 중앙박물관 출근하는 큐레이터 언냐. 이촌역에서 하차 예정. 

2호: 육니오 때 헤어진 오빠야 만나러 미아리고개 가는 아지매. 길음역서 내려 걸어갈 거임. 

3호: <남성 멸종시대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강의 들으러 가는 대학생 횽아. 혜화역 4번 출구로 나갈 걸로 보임.

4호: 10시부터 시작하는 <놀어 놀어 젊어서 놀어 음주가무의 이해> 공부하러 가는 대학생 언냐. 느낌으로 보아 숙대입구역에 내릴 거 같음.

5호: 충남 부여군 은산면 사는 아부지 환갑잔치 치르러 애기 안고 가는 아줌언냐. 애기이름은 용식이. 서울역에서 대전까지는 KTX 타고 감.

6호: 밤에 용꿈 꾸고 돼지저금통 찢어서 과천경마장 가는 횽아인데 아무 생각 없이 앞사람만 따라오다가 여기 서 있음. 한강 건너가다가 와이구메 하며 후다닥 거릴 게 틀림없음.

7호: ‘녹천에는 똥이 많다’가 진짜인지 확인하러 가는 문학소녀언냐. 녹천은 창동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 남쪽.

8호: 맨 뒤에 서 있는 저 아재는 광희동에서 보드카 장사하는 애인 마가리타 만나러 노국 야쿠츠크에서 온 아델리나 세르게예비치 미하일로프. 똥배의 직경으로 보아 만삭인데, 서울은 왜 이리 덥냐며 이 엄동에 반빤쓰에 맨다리로 다님.
뭐 하여튼 언냐 아재 아줌씨 아자씨 할매 할배 애기들, 남녀노소 국적불문으루다가 너도나도 모조리 핸드폰에 코 박고 걷는 핸드폰공화국. IT대국 대애~한민국.

그런데 언냐 아재들아 그렇게 편식하믄 골다공증 걸린 아메바 되는 거 아는겨 모르는겨. 주기율표도 씹어 드시구, 조선왕조실록도 두어 근씩 끊어다 자시구 로미오랑 줄리엣이랑 막걸리내기 민화투도 쳐보구 그래야 마음의 허리둘레가 풍만해지지.     

말하면 뭐하냐, 삽자루도 핸드폰 쪼다가 내려야할 회현역을 지나 명동까지 가버려 지각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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