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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19. 소셜미디어 지형 바꿔 놓은 미란다 커 약혼남

중앙일보 2017.02.06 20:35
에반 스피겔 스냅 CEO와 약혼녀 미란다 커 [중앙포토]

에반 스피겔 스냅 CEO와 약혼녀 미란다 커 [중앙포토]

 지난 주 미국 증시는 ‘사라지는 동영상’ 공유 앱 스냅챗(Snapchat)을 운영하는 스냅(Snap)의 IPO로 떠들썩했습니다.
 
 페이스북ㆍ알리바바가 상장한 지 꽤 됐기 때문에 테크 회사 스냅이 기업 공개를 한다니까 월스트리트는 신이 났습니다.
 
 기업공개 규모는 30억 달러(약 3조4035억원), 스냅의 기업가치는 무려 2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 회사의 CEO는 올해 26세인 에반 스피겔 입니다. 2011년 스탠퍼드대 기숙사에서 친구 바비 머피와 함께 스냅챗을 창업했죠.
 
 페이스북이 번창하자 다들 ‘네트워크 효과’가 플랫폼 사업의 성공 요소라고 믿었는데요. 스피겔은 약간 생각이 달랐습니다.
 
 친구가 수천명이라고 해도 사실 우리가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기쁨을 느끼는 건 소수에 불과한데요.
 
 스피겔은 이 점에 착안해, 보낸 메시지나 동영상이 10초 안에 사라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든 겁니다. 이게 더 우리가 실생활에서 수다 떠는 것에 가깝다는 논리였습니다.
 
스냅챗 로고

스냅챗 로고

 이 밖에도 스피겔은 기존 소셜미디어 생태계의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고, 동영상 전송이나 녹화 등의 기능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탑재해 나갔습니다. 스냅 본사가 실리콘밸리에서 560㎞ 떨어진 LA 근교 베니스에 있는 것도 스피겔의 이런 독특한 철학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피겔은 부잣집 도련님입니다. 아버지가 금융전문 변호사여서 어려서부터 비싼 차를 타고 다녔고, 기숙학교를 다녔으며, 각종 회원권이 있어서 럭셔리한 휴가를 즐겼습니다. 
 
 실리콘밸리가 보통 노력해서 성공하는 걸 강조하는 반면, 스피겔은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는 “나는 교육받은 젊은 백인으로서 많은 운이 따랐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2013년에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주고 스냅챗을 사려고 했는데요. 스피겔은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투자를 받는 태도에 있어서도 고압적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벤처회사에 통용되는 표준적인 투자조건을 거절하며 오히려 투자가에게 “표준 투자조건을 제시하려면 일반적인 회사에 투자하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런 스피글을 “차세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라고 불렀습니다. 재수가 없지만 건전한 자신감의 발로라고들 여기는 모양입니다.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다니는 저커버그 같은 실리콘밸리 사람들과 달리 스피겔은 화려합니다. LA의 패션, 예술, 영화계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약혼녀인 모델 미란다 커는 루이비통이 주최한 만찬에서 만났습니다.
 
 하여간 스피겔은 모든 면에서 독특합니다. 다른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갖고 있는 통념을 대부분 부정합니다.
 
스냅챗의 언론사 페이지인 스냅챗 디스커버

스냅챗의 언론사 페이지인 스냅챗 디스커버

 가장 최근에 올린 포스트가 ‘맨 위’에 노출되는 페이스북과 달리 스피겔은 사람들이 '올린 시간 순서에 따라 스토리를 보고 싶어한다'고 믿습니다. 또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포스트를 밀지도 않습니다. 
 
 스냅챗 사용자들은 화면을 쓸어넘겨 여러 포스트를 보고, 동영상은 눕히지 않고 세로로 봅니다. 다른 서비스처럼 무슨 메뉴를 누른다던가 스마트폰을 돌려서 동영상을 보던가 하지 않습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스피겔은 수익모델이나 소셜네트워크 자체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다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에 IPO 자료를 본 투자가 사이에서는 약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냅이 현재 큰 돈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그만큼 손실도 크기 때문입니다. 
 
 스냅은 앱에 붙는 광고로 돈을 버는데 지난해 4억500만 달러(약 4610억원) 어치의 광고를 판 반면, 5억1400 달러의 손실을 봤습니다.
 
 스냅챗의 사용자 역시 1억6000만명인데 사실 이게 많아보이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훨씬 적습니다. 트위터와 비슷한 규모인데, 실제로 둘다 대형 광고주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그게 더 적합한 비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 업계의 이단아 에반 스피겔의 다음 행보가 무척 기대됩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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