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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역전된 관광호텔, 방이 남아돈다

중앙일보 2017.02.06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울의 관광호텔 업계가 객실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설 부족해 특별법으로 지원
5년 새 명동에만 40개 호텔
유커는 6만~7만원대 방 선호
중저가 호텔 오히려 모자라
“가격 경쟁력이 변수 될 듯”

지난해 말 현재 서울시내 348개의 관광호텔 객실 수는 4만6947개로 2012년(161개, 객실 2만7173개)보다 72.7% 증가했다.

호텔 객실 공급량은 관광객 증가세를 웃돌았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724만 명으로 2012년(1114만 명)보다 54.7% 늘었다. 서울을 찾은 외래 관광객(추정치)은 같은 기간 920만 명에서 1357만 명으로 47.5% 증가했다. 서울을 주목하는 건 한국 관광산업의 바로미터 같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외래 관광객의 약 80%가 서울을 찾을 뿐 아니라 관광호텔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

관광호텔 업계에서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후유증 탓에 방이 남아돌아 평균 객실 요금이 계속 떨어진다고 울상이다. 김대용 한국호텔업협회 회원사업팀 과장은 “지난 5년 사이 서울 명동에만 40개가 넘는 호텔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문지형 이사는 “서울 강남의 부티크 호텔 객실도 20~30%가 빈방”이라며 “당일 예약 마감이 임박한 호텔 빈방 가격을 60~80% 깎아주는 타임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외래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묵을 만한 번듯한 숙박시설이 부족하자 특별법을 만들어 관광호텔을 지을 때 용적률을 두 배 가까이로 늘려주는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줬다. 심지어 주차장이 없어도 호텔을 지을 수 있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미 준공 예정 날짜가 지났는데도 호텔을 짓지 못한 곳도 꽤 된다. 2022년까지 서울시내에 준공 예정인 호텔은 188개(객실 2만8201개)에 이른다. 그러나 2015년까지 짓기로 했던 6곳, 2016년까지 짓겠다던 21곳이 아직 공사 중이거나 공사 중단 상태다.

매물로 나온 오래된 비즈니스호텔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노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호텔 신축용 부지 매물도 늘고 있다. 정기택 T마크호텔 총지배인은 “특별법의 혜택을 이용해 차익만 챙기려는 사업자도 더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매 거래가 뜸한 편이지만 서울의 경우 분양형 호텔이 거의 없어 개인 투자자의 피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관광호텔 신·개축 때 자금 마련에도 아직 큰 지장은 없다. 사업자의 부동산 담보만 확실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광진흥자금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묵으려는 객실은 모자라는 미스매치 현상도 심각하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6만~7만원을 적절한 숙박비로 여긴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 이후 서울에서 특1급 호텔 6개, 특2급 16개, 1급 25개가 늘었다. 1급 호텔의 하루 방값은 대개 10만원이 넘는다. 2·3급도 다소 늘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수요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서울에서 하루 방값으로 6만~7만원을 받아선 수지 맞추기가 어렵다 보니 객실을 충분히 갖춘 2·3급 호텔이 드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모텔 등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저가 여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별법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도 특급호텔은 남아돌지만 자체 기준으로 분류한 중고가(하루 방값 10만~20만원), 중저가(6만~10만원) 관광호텔의 객실 숫자는 부족하다고 봤다. 강석원 문체부 관광산업과장은 “지난해의 ‘서울 숙박시장에 대한 수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고가 4142실, 중저가 5261실이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숙박 객실 증가율은 8.9%인데 최근 5년간 숙박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11%여서 이대로라면 2020년에 서울시내 중고가·중저가 객실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관광호텔의 꼬인 수급 문제를 풀 묘책은 없을까. ‘시간이 약’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가 어려워 지듯 3~5년 지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호텔부터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체부는 숙박업소 관련 법령을 통합·정비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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