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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다니엘의 문화탐구생활] 고수가 되는 길

중앙일보 2017.02.05 00:01
한 분야의 고수가 된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다. 내가 최고의 전문가를 꿈꾸며 노력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합기도’와 ‘피아노’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합기도와 피아노 연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완벽해지기까지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스스로 만족하고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라며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가끔 내 취미가 합기도와 피아노 연주라는 것을 듣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동적인 합기도와 언뜻 정적으로 보이는 피아노 연주는 상반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배운 입장에서 보면,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첫 번째, 두 가지 모두 평생 해도 배움에 끝이 없다. 그런 점이 내게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도록 자극을 준다.

두 번째, 기본 자세가 중요하다. 피아노 연주 전에는 항상 손가락을 풀어 주는 운동을 한다. 이는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연습이다. 합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몸을 풀지 않고 바로 동작에 들어가면 부상당할 위험이 크다. 또한 체력적·정신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올바른 호흡법도 무시할 수 없다. 운동하는 사람은 계속 단전호흡을 훈련해야 한다. 어깨를 올리지 않은 채 아랫배로 숨을 들이마시고 뱉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호흡에 익숙해지면 쉽게 지치지 않을 뿐 아니라 몸 안의 기(氣)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피아노 연주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자세로 앉거나 서서 어깨를 올리지 않고 배로 숨 쉬면, 몸이 굳지 않아 더 오래 연습할 수 있다.

세 번째,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능은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다. 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설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능이 많은데 일찍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와 즐기는 자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나.

네 번째, 연습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기도 훈련과 피아노 연주 모두 한 번에 몰아서 연습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게 좋다. 지금까지 내가 피아노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연습 방식 때문이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치기 싫어하는 날이면, 엄마는 억지로 시키지 않고 15분 정도 연습한 뒤 쉬게 해 주셨다. 그러면 다음 날 스스로 밀린 연습까지 더해 오래 피아노를 치곤 했다. 피아노를 배우는 데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연습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의식중에도 본능적으로 기술이 튀어나올 때까지 무한 반복해야 한다. 합기도를 배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나의 동작을 천천히 연습하고 연구하며 생각하는 것이다. 한 가지 기술을 끊임없이 훈련해 점점 속도를 올리다 보면, 나중에는 애써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동작이 나온다. 그 기술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코드·악보 보는 법을 배우고 나서는 오른손과 왼손을 따로 연습한다. 이 과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굳이 악보를 보지 않아도 그 곡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다. 어떤 분야에서 고수가 되려면 하나의 길밖에 없다. 그것은 무한 연습과 복습뿐이다.

그러나 기술만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것을 배워라. 그 다음에는 다 잊어라(Learn every-thing, then forget everything)’라는 말이 있지 않나.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하나의 단계라면, 그 후에는 정해진 형태를 버리고 자유롭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 습득할 경우 수동적 단계에서 수준이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지금까지 배운 기술에 맞춰, 나만의 생각을 합기도 훈련과 피아노 연주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끝없는 연습 덕에, 이제는 내가 배운 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도 생겼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떤 분야에서든 완벽해질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고 끝없이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조금씩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고수로 인정받을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내 자리에서 연습하고 있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 사람? 한국 사람? 베를린보다 서울의 통인시장에 더 많이 가 본, 이제는 한국의 다니엘! 1985년생 소띠.

※ 이번 호를 끝으로 ‘다니엘의 문화탐구생활’ 연재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이 칼럼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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