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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칸영화제의 총아 자비에 돌란의 '가족 5중주'

중앙일보 2017.02.03 19:34
`단지 세상의 끝` 스틸

`단지 세상의 끝` 스틸

단지 세상의 끝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코티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월 18일
줄거리 불치병에 걸린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12년 만에 가족과 만난다. 어머니(나탈리 베이)와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형 앙투안(뱅상 카셀)과 형수 카트린(마리옹 코티아르)은 루이를 살갑게 맞이하지만, 곧 가족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별점 ★★★ 12년 만에 해우한 가족, 그들을 팽팽하게 옭아맨 애증의 장력(張力)을 치열하게 포착했다. 프랑스 극작가 장 뤼크 라가르스(1957~1995)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배우 겸 연출자로 유명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루이 가족이 주고받는 대화 사이에 흐르는 침묵을 이용해, 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각자의 속마음이 발화하기 직전에 감도는 적막은, 극 중 인물들은 물론 관객의 불안감까지 증폭시킨다. 극의 주요 무대인 집은 마치 식구들 각자의 응어리가 담긴 그릇 같다. 응접실과 부엌 등 협소한 공간에서 감정을 한껏 응축시킨 채 소통하던 인물들은, 서로 모여 앉은 정원의 식탁과 현관에서 거침없이 폭발한다. 이 만남이 낯설고 불편한 루이의 면전에서, 가족은 저마다 마음속에 숨겨 둔 상처를 끄집어내고 가시 돋친 독설로 서로를 할퀸다.
 

'단지 세상의 끝' 스틸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는 마치 피아노 5중주를 보듯 인상적이다. 앙투안과 쉬잔이 두 대의 바이올린처럼 위태롭게 대립한다면, 어머니와 카트린은 극을 양감 있게 떠받치는 비올라와 첼로 같다. 루이는 현악기 연주 뒤로 흐르는 피아노 반주처럼, 이들 사이에 번지는 갈등과 불화를 음울하게 지켜본다. 가스파르 울리엘의 황폐한 눈빛은 마리옹 코티아르의 피로한 표정과 더불어 오래도록 관객의 뇌리에 남을 이미지다.

이 영화는 배우들이 내뿜는 용광로 같은 감정으로 펄펄 들끓지만, 이 모든 요소가 융해해 벼려 낸 주물(鑄物)은 하나의 서사로 단단하게 굳어지지 않는다. 드글드글한 감정은 있되, 그 감정들이 향하는 방향이 모호하달까.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돌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OST도 과하게 느껴진다. ‘스타 감독’의 스타일은 있되, ‘젊은 거장’으로서 던지는 화두는 찾기 힘들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 스쳐 지나가는 회상신을 빼놓고 이 영화를 논하긴 힘들다. 찬란한 웃음과 햇살로 충만한 어릴 적 가족 소풍의 추억. 10분도 채 안 되는 이 찰나의 장면으로 99분짜리 신경전을 온전히 공감시키는 자비에 돌란의 내공이 그저 놀랍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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