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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새 관객 2배, 공연마다 매진…‘지역구 관리’ 성공한 지휘자 셋

중앙일보 2017.01.31 01:00 종합 19면 지면보기
원주시향?김광현 지휘자의 리허설 . [사진 원주시향]

원주시향 김광현 지휘자의 리허설 . [사진 원주시향]

한 오케스트라가 2년 만에 관객수를 두배로, 유료 회원수를 세배로 늘렸다. 음향 좋은 홀에서 연주하고 클래식 팬들의 지지를 받는 서울의 유명 교향악단이 아니다. 강원도의 원주시립교향악단(원주시향) 얘기다.

SNS로 홍보 원주시향 김광현
찾아가는 콘서트 열고 신청곡 연주

감각적 무대 대구시향 코바체프
공연 전 로비서 관객 직접 맞이

9년째 수원시향 이끄는 김대진
장기 플랜으로 단원들 실력 높여

원주시향이 원주에서 여는 공연에 제 돈으로 티켓을 사서 오는 관객은 2014년까지 평균 30%대였다. 하지만 2015년 이후 공연마다 53~68%의 좌석에 유료 관객이 차고 있다. 또 2014년까지 47명이 던 회원이 130명으로 늘어 2.7배가 됐다. 원주시향의 김학근 단무장은 “예전에는 연주 단원보다 관객이 적을 때도 있을 정도였는데 요즘엔 교향악단의 충성 팬이 늘어가는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지방 교향악단이 ‘주변 교향악단’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역 청중을 깨우고 연주 실력을 높이는 오케스트라들이 눈에 띈다. 좋은 공연과 청중이 서울에 몰려있다는 통념을 깨고 각 지역에서 교향악단들이 약진한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수장(首長)의 힘이다. 관객과 연주 횟수의 증가, 화제성 측면에서 돋보이는 지방 교향악단 세 곳의 상임지휘자에게 비결을 물었다.
김대진

김대진

선두주자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다. 상임지휘자 김대진(54)은 2008년 취임 후 9년째 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한 오케스트라에 가장 오래 머문 지휘자다. 또 대구시립교향악단에 2014년 온 불가리아 태생의 음악감독 줄리안 코바체프(62) 지휘자는 지난해 공연 11회 중 10회를 매진시켰다. 원주시립교향악단에 2015년 취임한 뒤 변화를 이끌고 있는 상임지휘자는 김광현(36)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구 관리’를 우선했다는 것이다. 김대진은 취임 후 매년 서울에서 열던 수원시향의 정기연주회를 없앴다. “홈그라운드에서 인정과 응원 받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원시향은 ‘유료관객 1만명 시대’를 열었다. 2008년 이전까지 1년에 8000명 수준이던 유료 관객이 김대진 취임 후 최대 1만3000명까지 늘어났다.
 
줄리안 코바체프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 시향의 공연은 보통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되는데, 지휘자 코바체프는 오후 6시부터 공연장 로비에서 서성인다. 예매한 티켓을 찾아가는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다. 유럽의 무대에서 주로 지휘했고 한국엔 초면이었던 코바체프가 대구 관객들과 친숙해진 배경이다.
김광현

김광현

지역 관객을 늘리기 위해선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 했다. 원주시향의 김광현 지휘자는 “원주는 강원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 토박이가 적지만 젊은 사람이 많은 도시라고 판단했다”며 “주제가 뚜렷하고 화제가 되는 공연으로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공연 한달 전에 신청곡을 받아 연주하는 콘서트를 열고 상임지휘자가 매월 초 공연 전 작품 해설을 했다. 공연 장 아닌 곳에서 여는 ‘찾아가는 콘서트’를 두배로 늘렸다. 코바체프 또한 대구의 청중을 ‘감성적이며 뜨겁다’고 파악하고 한번에 와닿는 감각적 음악 해석으로 무대를 차려냈다. 대구시향의 홍보마케팅 담당인 최지연씨는 “공연을 매진시키는 대구 시민 중 클래식 매니아는 10%도 안된다. 음악을 잘 모르고 와도 공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코바체프의 신념”이라고 전했다.

단원들의 마음도 잡았다. 김대진은 수원시향 취임 후 개혁보다 결속을 택했다. 교향악단의 오래된 단원을 해촉하는 식의 ‘물갈이’ 즉 인위적인 변화를 피했다. 그는 “몇명의 스타 연주자보다는 연주 단체로서의 조직력이 중요하다 여겼다”고 했다. 대신 베토벤·차이콥스키·시벨리우스 전곡 연주 등 묵직한 도전과제를 정해서 오케스트라 전체의 연주력을 높여나갔다. 코바체프는 대구시향의 5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2015년 단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건의사항, 질문을 들었다. 그는 단원들의 경조사에 일일이 찾아다니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한국식으로 떡을 돌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발전하는 지역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은 “연주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시향 김대진 지휘자는 “음악적 목표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오케스트라가 기초를 다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장기 계획을 짰다”고 했다. 서울의 공연이 불황, 관객 숫자의 정체를 탓하는 사이에 지역 오케스트라들이 새로운 호황을 직접 만들어나가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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