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주영
산업부 기자
그런데 요즘 재계에서는 ‘인사가 만사(慢事)’가 돼버린 느낌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기업은 대부분 지난 연말로 예정됐던 정기 인사를 미루고 있다. 한창 특검 수사의 한가운데 있는 삼성은 물론 롯데와 CJ도 인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순서가 될 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당초 다음달 1일자로 인사 명령을 낼 예정이었다가 최근에 다시 3월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수사 종료기간(2월말)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특검의 활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이마저 불분명하다. 롯데 관계자는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된다면 인사도 또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인사가 늦춰지면서 부작용이 심상치 않다. 한 기업의 부장은 “지난해 연말 퇴임이 유력했던 임원이 인사가 밀리면서 아직까지 자리에 앉아 있다. 딱 ‘자리에 앉아 있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직원은 “임원 승진 대상자들은 여기저기 줄을 대기 위해 뛰어다니느라 정작 업무는 뒷전이다. 아랫 사람들만 업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특검은 환부만 도려내는 신속하고 정교한 수사를 해줘야 한다. 특검 활동 기간을 연장한다 해도 기업에 대한 수사는 될수록 빨리 끝내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 쓰는 일마저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과 같다.
기업도 유연함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특검 수사가 연장된다고 또 인사를 미루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수사 대상이 몇몇 최고위층에 국한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인사만 나중에 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 콩밭(승진)에 마음이 가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의 화학 작용으로는 혁신과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