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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동력 좀먹는 ‘좀비기업’… 아파도 퇴출이 먼저다

중앙일보 2017.01.26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올해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했다. 자금 이탈을 방지하려면 한국도 일정 수준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됐는데 이제는 자본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으로선 난감할 것이다.
자료 : 한국은행·산업연구원

자료 : 한국은행·산업연구원

금리는 빌려 쓰는 돈의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더 많은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약 1300조원으로 전년보다 11.2%가 증가했다. 이 상태에서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르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지불액이 3조2500억원 늘어난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미국 총 기준금리 예상 인상분인 1%p만큼 한국의 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13조원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소득이 당장 늘어나지 않는 한 이자를 감당하려면 소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안 그래도 침체한 내수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산업연구원 리포트
2015년 기업 28%가 이자도 못 벌어
금리 뛰면 한계기업 더 늘어날 것
구조조정 칼질이 능사는 아니지만
부실기업 놔두면 국가경제 주름살
경제 컨트롤타워 독립도 서둘러야


기업의 상황은 어떠한가. 2015년 말 기준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27.6%(외감기업 기준)이다. 한계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정확히 3년간 연속적으로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자료 : 한국은행·산업연구원

자료 : 한국은행·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전 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이 2011년 9.34%에서 2015년 12.70%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각각 3.48%p, 2.59%p, 3.04%p 증가했다.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도 한계기업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다.
자료 : 한국은행·산업연구원

자료 : 한국은행·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 산업 기준 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1~2014년 동안 연평균 2.2% 감소했다. 제조업의 경우 총요소생산성이 0.9% 감소하였고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3.7%, 1.7% 감소했다. 2015년 하반기 정부가 취약업종으로 언급한 석유화학, 철강, 조선을 포함하는 소분류업종인 화학제품, 1차금속제품, 기타운송장비업을 보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각각 -8.8%, -3.6%, -15.3% 하락한 걸 알 수 있다. 41개 중분류 산업별로 봐도 같은 기간 중 21개 업종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감소했다. 5% 이상 감소한 업종도 9개나 된다.

지난해 정부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실업이 발생하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조정 분야를 경기민감업종, 상시구조조정업종, 공급과잉업종 등으로 나눠 추진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활력법(원샷법)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느라 시간이 걸리며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구조조정도 있었다.

구조조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올해 금리가 오르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기 보다는 실행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근로자만이 아닌 경영진과 정부도 분담해야 한다.

성장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규모를 막론하고 시장원리에 의해 퇴출시켜야 한다. 이러한 기업이 퇴출당하지 않으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져 돈과 인력 등이 필요한 분야로 가지 못한다.

물론 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들이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구조조정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정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중소기업 정책의 관점을 지원보다 성장에 둬야 한다. 지원을 하더라도 금융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예상수익률과 투자자금의 조달 금리를 비교하여 이 두 비율이 같아지는 한도까지 투자를 한다.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면 과도하게 투자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다 경영여건이 변화하는 등의 이유로 예상수익률을 밑돌게 되면 기업은 오히려 정책의 의도와 달리 지나친 대출을 껴안으면서 부채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경기침체시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과 맞물리면 기업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부작용도 막기 어렵다. 중소 스타트업 기업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시장이 형성되고 거래가 늘어나면 성장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초기와 달리 인사나 재무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창업자가 이러한 부분에서 관리 능력이 없는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기업이 파산하지 않으려면 해결책은 두 가지다. 관리능력이 좋은 곳에 회사를 팔거나 정부가 지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저리의 자금지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기업이 어려워진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돈만 빌려주는 건 미봉책이다. 기업 관리에 관한 교육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

일부 기업에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선 외견상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하기 때문에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직원들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심하게는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파산신청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도 형사처벌이 두려워 고금리의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결국 문제는 더 커진다.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특정 규모와 기준을 설정해 파산신청 시 회계부정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해주는 한시적 정책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정책에 문제점도 있겠지만 부실기업을 키워 경제전체가 부담을 짊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장기 정책이 중요하다. 정권의 임기는 5년이지만 경제정책의 임기는 없다. 그러므로 경제 컨트롤타워는 정권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경제수장이 정치권과 관가를 오가고, 언제 바뀔지 모르는 입장이 되면 임기 내에 가시적 효과를 낼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면 단기에 경기부양을 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경제 정책에선 단기적 경기부양과 장기적 성장을 위한 정책과 처방은 같지 않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정치로부터 독립시켜 임기가 보장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현재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정책동력의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럴수록 경제성장의 동력을 꺼뜨리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이 작업이 늦춰진다면 머지않아 한국경제엔 재앙이 될 것이다.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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