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주 부린 ‘한국 곰’ … 이랜드 7500억 남겼다

중앙일보 2017.01.26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중국 상하이(上海)의 대형 쇼핑몰 ‘강후이(港匯) 플라자’ 에 있는 이랜드 티니위니 매장. 한국보다 값이 2~3배 비싼데도 제품을 사려는 중국인들로 늘 붐빈다. 이랜드는 국내 패션 업계에서 최대 금액인 약 8770억원을 받고 티니위니를 매각했다. [사진 이랜드그룹]

중국 상하이(上海)의 대형 쇼핑몰 ‘강후이(港匯) 플라자’ 에 있는 이랜드 티니위니 매장. 한국보다 값이 2~3배 비싼데도 제품을 사려는 중국인들로 늘 붐빈다. 이랜드는 국내 패션 업계에서 최대 금액인 약 8770억원을 받고 티니위니를 매각했다. [사진 이랜드그룹]

곰 캐릭터가 새겨진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 국내서는 캐주얼 의류 브랜드지만 중국에서는 여성 정장도 판다. 가격은 100만 원대다. 중국 브랜드명은 텐웨이니(??尼)다. 체크무늬 셔츠는 한국에서 4만9000원이지만 소재를 고급으로 바꾼 중국에서는 약 15만원에 팔린다. 중국서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데 연매출 4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서울 명동의 티니위니 매장도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새 주인은 중국 업체 브이그라스
국내 패션업계 사상 최대 규모
중국인 좋아하는 곰 내세워 급성장
연매출 4000억원 넘을 정도로 인기
이랜드, 매각대금으로 차입금 상환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재편할 듯

티니위니가 이랜드그룹을 떠난다. 이랜드는 중국 브이그라스(V-GRASS)에 51억3000만 위안 (약 8770억 원)에 매각을 마무리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 매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티니위니의 순자산 장부가액은 1200억 원 규모다. 이랜드는 약 7500억 원의 차익을 확보하는 셈이다. 브이그라스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200여개의 매장에서 여성복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다.
단일 의류 브랜드의 매각 대금이 8000억 원을 넘긴 것은 중국에서의 ‘대박 행진’ 덕분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곰 캐릭터가 크게 노출돼 있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중국 현지 디자인팀이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반영해 현지 맞춤형 제품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티니위니는 2004년 9월 중국에 진출한 이후 10년 만에 연매출 3700억원을 넘어섰다. 약 1300개의 매장이 중국에 문을 열었다.

이랜드가 이처럼 ‘알짜 브랜드’인 티니위니를 내다파는 것은 빚을 갚기 위해서다. 이랜드는 매각 금액의 10%를 신설 티니위니 법인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10% 지분은 협력 관계를 고려해 3년간 유지한다.
이랜드의 부채 비율은 300%가 넘는다. 이랜드에 따르면 2013년 부채 비율은 399%까지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300% 내외로 추정된다. 윤경훈 이랜드 상무는 “매장이나 브랜드 같은 비수익 자산과 비활성 부동산 등을 과감하게 정리해 차입금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1980년 박성수 회장이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작은 옷 매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당시 매장 이름이 ‘잉글랜드’였는데 이후 이의 약자인 ‘이랜드’로 바꿨다. 유행에 민감한 여대생들을 위한 옷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내놓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국내 경제 성장과 함께 의류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랜드도 성공 가도를 달렸고 연매출 12조원(지난해 기준)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패션 뿐 아니라 백화점·아웃렛·식음료·호텔·리조트·건설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이랜드는 중국 진출의 ‘교과서’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중국으로 일찌감치 진출했다. 연간 5000명의 중국인 현지 직원을 채용했다. 중국에 파견되는 직원들에게도 중국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의무적으로 읽게 한 일화가 유명하다. 덕분에 티니위니 같은 인기 브랜드를 키워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이랜드의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다. 공세적인 확장 와중에 기업 공개(IPO)나 외부 투자를 받기보다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부채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2015년부터 ‘대기업의 부채 비율을 낮추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본격적인 재무 구조 개선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서면서 지난해 마곡 상가 부지 등 3개 부동산을 매각해 2500억의 자금을 확보했다. 올해 1분기에도 2000억, 상반기까지는 누적 5000억의 추가 부동산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이번 티니위니 매각으로 올 1분기 부채 비율을 240%까지 낮출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티니위니 매각에 탄력을 받아 올 5월 안에 도심형 아웃렛과 NC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주력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IPO로 연말까지 부채 비율을 200% 미만으로 끌어 내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재무 개선의 마지막 카드인 IPO는 최근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평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다소 덜컹거리는 모습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85%를 보유한 이랜드파크의 임금 미지급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다. 이랜드파크는 애슐리·자연별곡 등을 운영하는 외식 사업부와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호텔 사업부로 나뉘는데 외식사업부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졌다.

김익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랜드는 그동안 전략의 조정 없이 외식·건설·숙박 등의 사업 부문으로 너무 빠른 속도로 사업군을 확장했다”며 “일부 자산 매각이 아닌, 잘할 수 있는 사업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