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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히트기업’ 김태균 안타 1개당 622만원 벌었다

중앙일보 2017.01.26 00:45 종합 22면 지면보기
프로야구(KBO리그) 인기가 올라가면서 특급 선수의 가치도 치솟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4일 이대호(35)와 4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 됐고, KBO리그는 스포츠의 통념을 뛰어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
본지가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올해까지 선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BO리그 누적 몸값(연봉+계약금) 1위는 김태균(35·한화)으로 나타났다. 2001년 데뷔한 김태균은 일본에서 뛴 기간(2010~2011년)을 제외하고 KBO리그에서 올해까지 15년 동안 129억7500만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그는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113억7500만원을 벌었다. 1653경기를 뛴 김태균은 경기당 688만원, 안타(1828개) 하나당 622만원을 번 셈이다.
몸값 누적 2위는 김태균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대호다. 올해 받게 될 계약금을 포함하면 그의 KBO리그 총수입은 127억79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에서 5년간 뛰면서 번 돈을 포함하면 3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어 2014년 은퇴한 김동주(전 두산·94억4700만원)가 3위, 강민호(롯데·90억3000만원)와 이승엽(삼성·89억9200만원)이 4, 5위를 차지했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8년간 일본에서 뛰며 38억6000만 엔(약 390억원)을 더 벌었다.

국내서 15년 130억, 누적수입 1위
85년 데뷔 선동열은 11시즌 10억원
2000년 FA제도 시작되며 몸값 폭등

구단, 인건비 높아지며 수익 다변화
마케팅·영업 등 산업 구조도 갖춰

82년 최고 연봉은 박철순(OB)과 백인천(MBC)이 받았던 2400만원이었다. 90년까지는 연봉 상승률 상한제(25%)도 있어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85년 데뷔한 ‘국보급 투수’ 선동열(54)의 KBO리그 11년 누적 수입은 10억3850만원에 그쳤다.

KBO리그가 2000년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도입하면서 선수 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또한 스타들의 미국·일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리그의 연봉 차가 줄어들었다. KBO리그에서 누적 수입이 70억원 이상인 선수만 23명에 이른다. 기량과 상품성이 뛰어난 스타들의 몸값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대호의 계약은 앞으로 수퍼스타들의 몸값 기준이 될 수 있다. 3~4년 안에 100억원 이상 누적 수입을 올린 초고액 몸값 선수가 10명 이상 탄생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이 2013년 발표한 ‘1인 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1인 기업 평균 매출은 1억5500만원이었다.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은 기업으로 치면 순이익이다. 100억원을 번 선수라면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1인 기업에 비견할 만하다.

이미 기업화한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KBO리그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다.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일부 선수는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으며 광고 촬영 등 개인 스케줄을 진행하고, 트레이너를 고용해 해외에서 훈련한다.

에이전트·개인 트레이너 신규 일자리도

국내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더스틴 니퍼트(36·두산)는 올해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210만 달러·약 24억원) 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계약을 끝낸 외국인 선수 27명 가운데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 받는 선수는 44%(12명)에 이른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KBO리그 구단들은 마케팅·영업·서비스 조직을 키우는 등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부상관리·보험·트레이닝 등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며 산업의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수들의 몸값 상승은 프로야구 시장 확대를 방증한다. 비용이 커진 만큼 구단도 더 많은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O리그가 자생력을 갖춘 진짜 프로페셔널 스포츠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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