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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100일 넘게 본관 점거 … 출구 없는 시흥캠 갈등

중앙일보 2017.01.25 02:04 종합 14면 지면보기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교 측의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교 측의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교수님 이건 폭행죄예요.” “너희들 이러면 불법이야.”

학생들 “상의 없이 일방 추진” 반발
학교, 구체 청사진 안 내놔 불신 키워
징계 문제 불거져 사제간 삿대질도

지난 23일 오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학생 30여 명이 학사위원회를 마치고 나가려는 교수들의 앞을 막아 섰다.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대치했다. 이 때문에 저녁까지 학생과 교수들 간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이 같은 광경은 서울대가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건립 계획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이 계획을 폐기하라며 10월부터 100일 넘게 대학 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시흥캠퍼스 논란은 10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캠퍼스 조성 계획을 밝힌 서울대는 2009년 최종 후보지로 시흥시를 택했다. 시흥시는 66만㎡의 부지와 4500억원의 개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곳에 국제캠퍼스와 글로벌 교육·의료 산학클러스터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0년 오연천 총장이 취임하면서 시흥캠퍼스 건립은 ‘법인화’ 안건에 밀렸고 모든 행정력은 ‘법인화’ 준비에 집중됐다. 이때도 학생들은 한 달간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 교수는 “전임 총장(이장무 총장)의 일을 후임 총장이 적극 나서지 않았고, 2012년 법인화 전환 후엔 시흥캠퍼스 논의를 미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건 2013년 시흥캠퍼스 계획이 외부에 공개되면서다. 학생들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추진한다”며 반대 운동에 나섰다. 반발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전인형 기숙사(Residential College·RC) 건립 계획은 취소했고 2014년 예정됐던 시흥시와의 실시협약도 연기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실시협약을 맺었지만 총학생회가 이에 반발해 10월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학내 갈등이 커진 데는 학교 측이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는 데 기인한 바가 크다. 10년 동안 병원과 부속고교 설립 등만 거론됐을 뿐 구체적인 캠퍼스 활용방안은 아직도 미정이다. 게다가 학교 측이 계속 부인함에도 학생들은 “연세대 송도캠퍼스처럼 우리도 시흥캠퍼스에서 상당 기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풀지 못한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다. 지난해 말엔 선우중호·정운찬·이장무·오연천 등 전임 총장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측이 농성 중인 일부 학생에 대해 출교조치까지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수와 학생 간에 볼썽사나운 충돌까지 빚어진 것이다. 더 문제는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뿐 별다른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대 본부점거위원회 측은 “점거를 푸는 조건은 실시협약 철회와 시흥캠퍼스 재검토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규섭 대외협력부처장은 “공적으로 체결한 계약을 무산시키는 건 사회적·법적 책임의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글=윤석만·박형수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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