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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외국 관광객 2000만 유치한다며 재탕 정책 내놓은 관광공사

중앙일보 2017.01.24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성화선 산업부 기자

성화선
산업부 기자

“내국인이 가지 않는 관광지에 외국인이 가겠습니까. (연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조기에 달성하려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 체질 개선, 관광 벤처 등
지난해 ‘8대 핵심 사업’과 엇비슷

올해 사드 문제 등 상황 만만찮아
캠페인 아닌 꼼꼼한 계획 세워야


23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의 올해 목표는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돌파를 위한 기틀 마련’이다. 세부 사업 계획으로 국내 관광 시장 확대를 포함해 8가지를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확대부터 ▶붐업(Boom-Up) 평창 동계올림픽 ▶방한 시장 다변화 ▶중국 시장 체질 개선 ▶일본 시장 재공략 ▶프리미엄 상품 개발 ▶관광 벤처·인력 양성이 포함됐다.

문제는, “목표는 넓은데 방법이 얕아보인다”는 점이다. 공사는 국내 여행 수요를 늘리기 위해 휴가 문화 개선을 꺼내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체크바캉스’, 일본에서는 ‘포지티브 오프(Positive Off)’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세부 계획에 구체적인 길이 보이지 않는다. 대국민 연중 캠페인 전개, 비수기 겨울 여행 활성화, 대국민 참여형 이벤트 확대 등을 내놓았지만 일회성에 그치기 쉽다. 정 사장도 “중앙 정부에 입법 발의권이 있지 않느냐. 문화체육관광부가 노력을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 발표한 ‘2016년 한국관광공사 8대 핵심 사업’ 자료를 들여다봤다. 유사한 정책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관광올림픽 인프라 개선·콘텐트 개발·해외홍보단 운영 등이 포함됐다. 올해는 사계절 관광 콘텐트 확충·해외상품개발 및 홍보 등이 진행된다. 지난해의 ‘K-ICT 스마트 관광’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관광 전략’이 올해는 각각 ‘내 손 안의 ICT’ ‘중국 시장 체질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표현만 좀 다를 뿐, 비슷한 정책이다.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 관광객 맞춤형 전략을 짰지만 지금도 뿌리 뽑지 못한 문제가 저가 관광의 폐해다.

올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심각하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성 정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지난해 10월 4.7%, 11월 1.8%, 12월에는 15% 증가했다. 공사 측은 “한 때 60% 이상을 차지하던 단체 관광객 비율이 25%로 줄고 개별 관광객은 60~70%까지 오르면서 전체적으로는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며 “개별 관광객이 많은 20~30대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20~30대가 정치에 무관심해도 미디어에는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들의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이 확대된다면 젊은 개별 관광객도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관광 정책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방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나 360만 명이 한국을 찾았다. 올해는 17억 무슬림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일본인 관광객도 지난해 부활의 조짐을 보이며 전년 대비 9.1% 늘어난 250만 명이 방한했다.

성과가 계속 이어져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로 진입하려면 한국관광공사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캠페인 차원을 넘어서는 실효성 있는 세부 계획도 필수다. 관광 컨트롤 타워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흔들리는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성화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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