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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고용 트렌드, 긱워크…출퇴근 없이 개인이 수입 올려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22 00:01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긱워크(gig work·독립형 일자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긱워크는 노동이 필요할 때 관련된 사람에게 단기로 일을 맡기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개인 택시 운전사나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숙박 제공 호스트처럼 전문 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없이 개인이 수입을 올리는 일이 긱워크의 일종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일자리가 확산하는 시장을 일컫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10년 뒤 긱이코노미 부가가치 3100조원”
긱워크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에 따라 연주자를 섭외해 단기적으로 공연을 진행했던 것에서 유래한 용어다. 상설 공연의 비중이 낮았던 당시 재즈 보컬들은 공연이 잡힐 때마다 임시로 연주팀을 모아 공연을 했다. 이렇게 단기 계약을 맺은 연주자를 부르는 말이 긱(Gig)이다. 이후 이 말은 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자·디자이너 등 비정규직 근무자를 일컬을 때 사용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나 임시직 근로자를 포함하는 말로 폭넓게 쓰인다.

유연한 일자리 창출 vs 저질 일자리 양산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확산
10년 뒤 긱이코노미 부가가치 3100조원 전망


다만 최근의 긱워크는 모바일 중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기기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O2O(On line to Offline),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긱워크가 재조명 됐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올해 초 발간한 ‘긱이코노미 시대’ 보고서에서 “이들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 모집과 대가 지불을 중개하면서 각 개인이 여가 시간과 자산·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얼어붙은 고용시장도 긱워크 성장의 배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국가 전체 고용 중 임시 계약직 비율은 약 35%다(2014년).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이 떨어지니,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긱워크가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인터넷리서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8%가 긱워크를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코딩, 온라인 설문, 데이터 입력 대행, 쇼핑 대행 등이다. 최근에는 아기 돌보기, 미스터리 쇼퍼, 법률 서비스 대리, 온라인 개인 비서, 에너지 중개, 주차 대행, 강의 등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미국 직업 시장은 중개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과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며 “다수는 생계 보조수단에 머무르는 수준이지만, 일부는 생계를 꾸려갈 규모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긱이코노미의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현재 긱이코노미가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향후 5년간 시간제 근로와 여러 기업에 동시 고용되는 형태의 노동이 확산하면서 긱이코노미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2020년 긱이코노미의 전 세계적 규모는 630억 달러(약 74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긱이코노미는 새로운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하며 10년 후엔 약 2조 7000억 달러(약 3100조원)의 부가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종이 저소득 단순노무에 집중된다는 점은 긱워크의 한계로 지적된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긱워커(Gig worker) 중 연간 3만 달러 이하 수입의 저소득층이 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계층에 집중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또 KT경제경영연구소는 “긱워커는 크게 생계형과 비생계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며 “긱이코노미에서도 부의 계층화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결국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 전문기술 직종까지 확산되는지에 따라 긱워크의 성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새 일자리 유형 품을 제도 마련해야
긱워크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긱워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용과 노동의 유연성이다. 노동자는 원할 때 일하고, 사용자도 원할 때 긱워커를 고용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PwC는 이에 대해 “앞으로는 프로젝트별로 고용을 다변화하는 긱이코노미 전략을 탑재한 중소기업들이 변화가 더딘 대기업을 측면 공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긱워커가 고용보험, 최저임금 같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우버 기사들이 차량 유지비, 유류비 등을 우버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버는 이들이 임시 노동직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용 지불 책임이 없다고 반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긱이코노미 현상이 확산할까. 스마트폰 보급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 인터넷 접근 환경을 감안하면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바탕으로 시작된 긱워크의 국내 확산 가능성은 크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2015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직장에 취업한 비율은 2014년보다 0.5%포인트 감소했지만, 프리랜서 비율은 0.1%포인트 상승한 5.3%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취업하기 힘들어지면서 IT 관련 프리랜서나 창업 쪽으로 취업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미흡한 제도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사각지대에 남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긱워커에는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외에도 기존 방식의 일반적인 고용 환경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등록된 개인사업자가 법인대 법인으로 계약을 한 경우도 있고, 아예 계약조차 없이 일하는 긱워커도 존재한다. 여러 명의 고용주와 계약을 맺는다는 면에서 긱워크를 ‘복수계약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가장 유사한 유형으로 프리랜서가 있지만, 국내에는 프리랜서에 대한 제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규직 위주의 국내 법제가 새로운 유형의 고용 형태까지 품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긱워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조직화된 대형 조직 중심의 생산 시스템이 소자본, 특화 시장, 개인화 기반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노동 형태도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맞춰 고용·노동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보험 적용 확대와 가입 강화, 계약관계의 공정성, 관련 통계의 작성 등 이들의 노동 위험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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