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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다시 따져보는 사드 손익계산서

중앙일보 2017.01.21 00:01 종합 27면 지면보기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1월 10일 워싱턴에서 마이클 플린 백악관 안보보좌관 지명자를 만나 “사드는 합의된 대로 반드시 설치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고, 황교안 권한대행 역시 이러한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국방부는 오는 5월 이전까지 배치 완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가히 전광석화다.

방패 역할도 못할 사드 때문에
중국을 준적대국으로 만들고
민생경제 파탄 낼 이유는 없다
응답자의 61%가 사드배치 반대
또는 차기 정부로의 연기를 선호
성숙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대선후보들 역시 대체로 이를 받아들이는 듯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드 배치는 마땅하다”고 단언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합의를 뒤집는 건 경솔하다”며 수용 원칙을 밝히고 있다.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사드 배치를 “본말전도, 일방결정, 졸속처리”라고 비판하며 “국회 비준 등 공론화를 거치자”고 주장하면서도 “한·미 간 합의를 쉽게 취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사드 배치의 손익을 다시 따져보자. 일단 사드의 한국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현재로서 북핵 미사일을 막을 유일한 대안”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봐도 1000기가 넘는 북한 탄도 미사일 위협을 1개 사드 포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사드의 군사적 유용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며 특히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의 말은 이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역시 지난해 11월 연세대 공개 강연에서 이 무기체계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적으로 억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이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는 요격하기 어렵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러한 설명은 사드 배치의 효과가 정부 당국이 기대하는 만큼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은 비용, 특히 중국 변수다. 베이징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동북 3 성 군사기지에 대한 미군의 정찰감시 능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한다. 미국의 선제 핵공격에 대응하는 중국의 반격능력과 핵 억지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우리에게는 자위권 행사지만 자신들에게는 핵심이익에 대한 위협이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드 배치 시 한국을 준적대국가로 간주하는 동시에 유사시 한국 영토가 중국의 전략적 타격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노골적으로 암시해 왔다. 최근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며 벌인 무력시위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우리 측 구상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순망치한, 이렇게 빨라지는 북한과 중국의 밀착 복원은 북한의 군사모험주의에 불을 댕겨 결국 한국을 이중의 안보위협에 처하도록 만들 공산이 크다.

비용의 또 다른 측면은 민생경제에 대한 타격이다.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은 말 그대로 전방위적이다. ‘한한령(限韓令)’을 통한 한류 콘텐트와 연예인 통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한국에 대한 통상제재도 강화하는가 하면 한국 항공사들의 전세기 운항 전면금지를 통해 춘절 연휴기간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특수를 저지하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영세 상인들에 이르기까지 ‘사드 쇼크’는 매우 크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 이후 몰려올 파고의 크기는 예측조차 쉽지 않다.

물론 자위권은 소중한 가치다.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는 말의 무게는 천금과도 같다. 그러나 국익의 철저한 손익계산 없는 자위권 주장은 허망하게 들린다. 방패 역할도 제대로 못할 사드 때문에 중국을 적대국으로 만들고 민생경제에 파탄을 초래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의 밀실 졸속 결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응답자의 61%가 사드 배치 반대 또는 차기 정부로의 결정 연기를 선호하고 있다. 성숙한 공론화 과정은 정부의 재량권을 위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보탤 수도 있다.

그리고 한·미 동맹이 박살 날 리도 없다. 그보다 더한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도 2015년으로 연기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아예 무기연기 되지 않았는가. 미국도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정책은 아직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정부의 공언대로 5월 전에 대못을 박았다가는 오히려 이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동맹에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어렵고 까다로운 일일수록 필요한 건 상식과 순리다. 사드도 예외는 아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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