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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에 대한 인격 살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중앙일보 2017.01.20 2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정치권과 사이버 공간에서 사법부 흔들기가 ‘표현의 자유’ 수준을 넘어섰다. 그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난도질당하더니 어제는 동료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어제 김기춘·조윤선 영장실질심사를 성 부장판사가 맡았는데 그가 고(故)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조원동 전 경제수석의 영장을 기각한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영장을 기각할 것 같다며 공격이 시작됐다. 이런 움직임들은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스럽다.

 앞서 조 부장판사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도 할 말을 잃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임을 인정해 준 것”, 국민의당은 “사법부는 정의를 짓밟고 불의의 손을 잡았다”고 비난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가 미쳤다”는 막말을 쏟아냈고, 대선주자들도 원색적인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3권 분립의 공화국에서 입법부 인사들이 이렇게 사법부의 독립성을 짓밟아도 되는가.

 인터넷에는 조 부장판사를 두고 “삼성 장학생 출신” “향후 삼성그룹 법무실장으로 취업해 돈방석에 앉을 것” “아들이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라는 등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 도배를 했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유언비어까지 만들어 공격하는 것은 정신적 폭행을 넘어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다. 법치(法治)를 부정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서울중앙지법이 “루머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 조 부장판사는 아들이 없는데도 이런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공식 해명까지 했겠는가.

 이런 흐름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까지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분위기라면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심판 기각 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 대목이 떠올라 오싹하기까지 하다. 사법부는 사회정의의 마지막 보루다. 검찰과 경찰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를 뒤흔드는 불순한 유언비어를 철저하게 수사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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