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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 실신 시대, 온 사회가 책임 분담해야

중앙일보 2017.01.20 2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실업과 신용불량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청년 실신’이라는 단어가 어제 신문 지상에도 등장했다. 원래 이 신조어는 학비를 대출받아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일부 청년들이 3~4년 전부터 인터넷에다 털어놓은 자조적인 푸념이었다. 하지만 이제 ‘청년 실신’은 실업과 신용불량에 신음하는 젊은 세대의 보통명사가 돼 버렸다.

 신용정보원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무렵인 25세 청년들은 심한 ‘부채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전체 37%가 빚이 있으며 1인당 평균 부채액은 1926만원에 이른다. 실신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연령의 청년들이 부채를 상환하다 새롭게 연체에 빠지는 비율이 2.3%로 전체 평균 1.2%의 두 배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원칙으로만 따지면 부채 상환은 당사자의 책임이다. 하지만 저성장으로 충분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 부채를 개인적 문제로만 돌려서는 해결이 어렵다.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빚 탕감은 도덕적 해이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자금대출을 금융의 문제로만 보고 채무불이행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상황은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우려스럽다.

 이제 정부와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 문제의 하나로 ‘청년 실신’에 접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선 학자금대출을 사회적 상호부조의 차원에서 접근해 상환 시기를 합리적으로 조절해 숨통을 터주는 방안부터 필요하다. 성실하게 갚는 사람에겐 이자율을 낮춰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포자기형’ 장기연체를 막는 처방도 절실하다. 2010년 한국장학재단이 도입한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처럼 취업 때까지는 상환을 유보하는 제도의 확대도 고려할 만하다. 물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사회 인식을 바꾸고 교육을 개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68%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는 숙제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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