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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사용한 대포폰…20만~40만원이면 바로 개통돼

중앙일보 2017.01.19 17:20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대포폰'의 일종인 차명폰을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7차 변론장에서 진행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진술을 통해서다.

대포폰은 '가입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를 뜻하는 말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를 대포폰,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린 폰을 '차명폰'이라 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당국과 통신업계에서는 차명폰이든 대포폰이든 실명으로 개통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통틀어 대포폰으로 규정한다.

사람들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불법행위의 증거를 숨기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에 주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중국동포 등에게 10만~20만원을 주고 신분증을 넘겨받은 뒤 그들의 명의로 대포폰을 개설하는 것이 흔한 수법이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명의를 도용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일부 이동통신 판매점에서는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만들고 이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대포폰'을 검색하면 대포폰을 개설하거나 명의를 사들이는 업체들의 전화번호가 수십 개 나온다. 휴대전화 판매점 가운데도 대포폰 매매를 주선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대포폰으로 2세대(2G) 휴대전화를 구매할 경우 20만원에, 스마트폰을 구매할 경우 40만~50만원에 살 수 있다. 단말기 없이 유심(가입자의 식별정보를 저장한 카드)만 별도로 구매할 경우 15만원이면 대포폰을 개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타인 사용의 제한)와 제97조(벌칙)에 따르면 대포폰을 개설 ·판매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같은 법 제32조의4(이동통신단말 장치 부정이용 방지 등)와 제95조의2(벌칙)에서는 대포폰을 구입하거나 빌리거나 이용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포폰 적발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말 1만1490대였던 대포폰 적발 건수가 지난해 8월 2만8712대로 급증했다. 경찰은 실제 유통되는 대포폰은 단속 실적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입자가 제시한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가리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고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했을 경우를 대비해 명의자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엠세이퍼'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중범죄에 사용되는 대포폰은 일정기간 사용 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며 "휴대전화 개통시 정확한 고객정보를 재차 확인해 실명 사용률을 높이고 있는 중국이나 휴대전화 사업자에 고객 신분확인 의무를 강화한 일본의 사례처럼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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