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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50명, 2년간 교재비 부풀려 총 102억원 착복

중앙일보 2017.01.19 15:23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총판(중간교재회사)를 가장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학부모에게 2년간 교재비를 최고 5억원까지 부풀려 받는 수법으로 총 102억원을 챙긴 중대형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50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동안 유치원·어린이집 원장이 교재 납품 대가로 현금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단속된 사례는 있었지만, 교재 회사와 결탁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합법적 거래로 가장한 뒤 학부모에게 받은 특별활동비(교재비 등)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다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의정부지검 형사2부(황은영 부장검사)는 19일 사기·사립학교법 위반·영유아보육법 위반 등 혐의로 정모(50·여)씨 등 수도권과 충청 지역 중대형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34명과 교재회사 대표 윤모(49)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한모(50·여)씨 등 유치원·어린이집 원장 16명을 같은 혐의로 벌금 200만∼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범행구조도. [의정부지검]

조사 결과 정씨 등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50명은 원생 1만924명에게 2년간 교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총 102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 1명당 94만여 원을 더 받아낸 셈이다. 원장들은 2014∼2016년 윤씨와 짜고 교재 회사에 교재 1개당 3배 가량 부풀려 대금을 지급한 뒤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풀린 금액을 돌려받은 혐의다. 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이 기간 각각 3000만∼5억원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원장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데도 학부모에게 교재비를 부풀려 받은 뒤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챙긴 돈을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인수하거나 수영장·숲 체험장 등 조성, 게임장 인수, 개인 투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교재회사 대표 윤씨는 원생 수 57∼370명인 중대형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접근, 교재 납품 조건으로 총판을 가장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준 뒤 관리해 줬다. 또 원장들이 필요한 개인 자금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대출받게 한 뒤 교재를 계속 납품하면서 실제 교재비에서 부풀려진 금액을 리베이트로 되돌려줘 대출금을 갚도록 했다. 윤씨는 이 과정에서 막대한 납품 이익을 챙겼다.

황은영 부장검사는 “사회가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영유아 교육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사립유치원의 법인화와 공립 유치원·어린이집 확충 등의 입법적·정책적 개선이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남양주 지역 유치원 횡령 사건을 조사하던 중 교재 회사와 수상한 거래를 포착, 신종 리베이트 수법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같은 신종 리베이트 수법으로 교재비를 부풀린 뒤 착복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해당 교육청과 지자체에 수사 결과를 통보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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