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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삼성·재계 반응은?

중앙일보 2017.01.19 04:57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김춘식 기자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김춘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삼성 측이 크게 안도했다.

19일 새벽 영장 기각 때까지 삼성 서초사옥에 머물며 심사 결과를 기다렸던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구속이냐 아니냐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에 닥쳐올 후폭풍은 극명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며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해 삼성으로서는 일단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도 법원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법원이 대가성에 대한 증거 부족을 인정한 것"이라며 "사건의 본질이 기업에 기금 출연을 강제한 것인 만큼 향후 무죄 판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그룹 수뇌부들은 온종일 일손을 놓은 채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미전실이 있는 삼성 서초사옥 34층과 삼성전자 홍보·대외파트가 근무하고 있는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 27층은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날 매주 수요일에 진행하던 사장단 회의도 취소했다.

수요 사장단회의 취소는 2009년 1월 14일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이틀 뒤 사장단 인사가 예정돼 있어 회의를 열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의 2차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달 23일에도 수요사장단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이날 회의는 전날 오후 이미 취소가 결정됐다"며 "그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법원이 법리적 판단 보다 여론을 의식한 눈치보기 결론을 내릴까봐 마음을 졸여왔다. 최근 법원은 영장 발부에 신중하고 반론권을 보장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이번 실질 심사를 맡은 조의연 부장판사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책임자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롯데비리' 사건 신영자씨, '대우조선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 굵직한 경제계 사건의 영장심리를 맡아왔다. 조 부장판사는 이들 사건에서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밝혀진 혐의사실 여부' 위주로만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해 이들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삼성그룹이 영장실질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오너 구속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그룹 경영에 미치는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영 환경은 오너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추세"라며 "수갑을 찬 오너의 모습이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삼성의 글로벌 신인도 타격은 무척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구속은 피했지만 특검의 수사와 기소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소한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오기 전까지는 경영활동이 정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넥스트가 인수하거나 투자한 하만(자동차 전장), 비브랩스(인공지능), 스마트싱스(스마트홈), 조이언트(클라우드서비스), 데이코(럭셔리가전), 유니키(IoT), 8i(가상현실) 등의 경영자를 직접 만나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 세계를 돌며 시장을 파악하고 유명 CEO들을 만나 삼성전자의 미래를 설계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라며 "여기에는 이 부회장이 다져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전문 경영인이 할 수 없는 영역도 맡아왔다. 가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해외 정상들을 만나 민간 경제 외교를 벌이고 구글이나 애플 등의 CEO를 접견하면서 그룹 운용 방안을 결정하는 일도 맡아왔다. 글로벌 인재 영입도 최근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일이다. 삼성이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를 우려하는 것도 이같은 업무에 공백을 빠르게 메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글로벌 선진 경영시스템에 맞게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범죄 경력자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데 반대하는 외국인 주주들에 막혀 재선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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