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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반기문, 컨벤션효과 시들…캠프내 “감동 메시지가 없다”

중앙일보 2017.01.19 02:33 종합 3면 지면보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18일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묘역을 돌아보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추모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18일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묘역을 돌아보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추모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로 귀국 엿새째를 맞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도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지만 ‘귀국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같은 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효과)는 반 전 총장 측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민생행보로 발은 바쁘지만 메시지에 감동이나 국가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캠프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날 공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지난 15~16일)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20.0%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1.4%)에게 11.4%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9~10일 같은 기관 조사(문재인 19.7%-반기문 14.1%)와 비교해 격차가 두 배로 벌어진 셈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는 “반 전 총장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58% 이상이 ‘국정운영이나 정치를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며 “외교관으로서 능력과는 별개로 정치지도자 반기문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과 격차 두 배로 더 벌어져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당일 공항에서 “국민 대통합과 정치교체”를 외치며 “패권과 기득권은 안 된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행보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강하게 차별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지방 방문에서의 반 전 총장 메시지는 오락가락하는 반반(半半)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냐, 진보냐’부터 ‘빅텐트(대통합)냐, 입당이냐’까지 국민의 궁금증만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산업화의 상징인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가 17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5년 만에 참배하면서 “노무현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관계자는 “봉하마을이나 5·18묘지, 진도 팽목항은 진보적 색채가 강한 곳이라 메시지를 조심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전날 밤 교수 몇 명에게 무슨 말을 하나 물어보고 얘기하는 식이니 어떻게 혼선이 없겠나”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나는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라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겠다는 두루뭉술한 행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은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듣고 싶어 한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을 돕는 전직 의원은 “입당을 할지, 아니면 창당을 할지 큰 그림이 결정되지 않으니 메시지나 일정에 스토리가 없고 큰 감동을 못 준다”고 토로했다.

보수·진보 오락가락 차별화 못 해
하루 600㎞ 민생행보 이어가지만
귀국 후에도 지지율 큰 변화 없어
“청년, 정 할 일 없으면 봉사해라”
기자 겨냥 “나쁜놈” 발언 구설도


캠프 내부 갈등도 메시지 혼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김숙 전 대사가 이끄는 외교관·측근그룹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 친이명박(MB)계 인사들 사이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김 전 대사 측이 “공식 캠프 발족 때는 MB계 인사들을 정리할 것”이라고 공언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에선 “반 전 총장 주변 외교관들이 대선에서 두 번 실패한 이회창 전 총재 주변 서울대 법대 출신 측근들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19일 오후 4시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방문해 귀국 인사를 할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18일 국립 5·18민주묘지 방문을 시작으로 여수 수산시장→대구 서문시장을 돌아 충남 공주로 가는 600㎞ 강행군을 했다. 오전 7시 숙소인 전남 영암읍 마을회관을 출발해 조선대 특강, 대구 청년 리더와 삼겹살 만찬 토크 등 6개 일정을 마쳤다.
 
외교관 그룹과 MB계 내부 갈등도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전국을 돌며 쏟아내는 발언은 연일 구설을 낳고 있다. 18일 대구에서 그가 이도운 대변인에게 했던 “아니, 이 사람들이 와서 그것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나쁜 놈들’이에요”라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던 배경을 끈질기게 묻는 기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측은 이런 해석에 대해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조선대 특강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여러분들은 해외로 진출해 정 다른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해서 세계 어려운 곳도 다녀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얘기는 희망이 있고 미래가 보일 때다. 너무 섣부르고 상처를 주는 발언”(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정효식 기자, 광주·여수=박유미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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