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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광섬유서 비데까지…중국, 교묘해지는 ‘무역장성’

중앙일보 2017.01.19 02:25 종합 5면 지면보기
중국 정부가 춘절 연휴에 한국행 전세기 신규 취항을 불허한 데 이어 한국산 전자식 양변기(비데)도 설명서 표기 결함 등을 이유로 최근 무더기 불합격 처분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지난해 12월 20일 수입 비데 검사 결과 106개 조사 대상 가운데 불합격한 47개 품목 중 43개가 한국산이었다. 불합격 24개 업체 중 22개는 삼성·대림 등 한국 업체 또는 한국 원산지 관련 업체였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식통은 “지난해 1월 이미 수입 비데·공기청정기·전기밥솥 등 10대 소비품목에 대한 관리 강화를 발표한 바 있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발표된 공기청정기 검사 결과 불합격제품은 미국산이 가장 많았고 캐나다·대만산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 제품에 대한 통관을 강화해 자국 브랜드를 육성하는 우회적인 보호무역정책인 셈이다.

사드 갈등 뒤 잇단 비관세 장벽
화학·철강제품 잇단 반덤핑 조사
비데 불합격 47개 중 43개 한국산
김 위생 강화, 한국산 규제 늘어
“중국 사실상 보호무역주의 국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자유무역 수호자임을 자처했지만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이지 않는 ‘무역장성’은 높아지고 있다. 시 주석이 다보스에서 “무역전쟁의 결과는 ‘양패구상(兩敗俱傷·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뿐”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품질 검사와 반(反)덤핑, 자국 문화 진흥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켜켜이 막으면서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LG화학·코오롱플라스틱·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한국 3개사가 중국시장의 27%를 점유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용 원료인 폴리옥시메틸렌에 대해 지난해 10월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 경쟁사의 요청으로 반덤핑 조사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KOTRA는 중국판 보호무역주의 강화조치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중국 상무부가 한국산 광섬유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5년간 연장했다. 태양광 패널용 폴리실리콘도 반덤핑 재심에 들어갔고 방향성 전기강판도 반덤핑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한국 드라마·예능·영화 프로그램의 방영과 인터넷 업로드를 금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20% 감축지침과 함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더불어 조미김 위생조건, 조제분유의 등록 제한 등 각종 비관세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대표단은 비관세 장벽과 수입 규제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중국 측은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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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대중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2.6% 늘어 중국은 가장 개방된 개도국 중 하나”라고 해명했지만 중국 진출 기업들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81%는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 띄우기에 열중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세계화는 인류사회의 편도 티켓’이라는 사평(社評)을 통해 “세계화는 편도 여행이며 반(反)세계화는 잘못된 길이고 트럼프는 한·중·일 투자자들이 미국에 고용 창출을 위해 투자하길 원하면서 세계화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화로부터 혜택을 봤고 이를 증진하기 위해 조치를 할 것이며 중국이 제안한 운명공동체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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