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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증 기부하면 주먹밥 그냥 드려요

헌혈증 기부하면 주먹밥 그냥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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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와 주먹밥’ 운영 최정원씨
2500장 모아 어려운 환자 40명 도와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매달 하루 장애인 무료 식사 대접도
“기부와 나눔의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는 최정원 대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기부와 나눔의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는 최정원 대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홍은동에서 ‘토스트와 주먹밥’을 운영하는 최정원(55)씨는 자신의 가게를 ‘행복 놀이터’라고 부른다. 그 안에서 행복한 일들을 맘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나 나눔·기부는 ‘있는 사람’들의 자랑거리인 줄 알았어요. 가게가 내 생업인데 문 닫고 나가서 봉사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가게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입니다.”

2010년 ‘토스트와 주먹밥’ 문을 연 그는 이듬해 부터 헌혈증 교환 행사를 벌이고 있다. 헌혈증을 기부하는 손님에게 공짜로 음식을 주고, 그렇게 모은 헌혈증을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전한다. 지금까지 모은 헌혈증은 2500여 장. 그동안 40여 명의 환자가 혜택을 봤다. 또 2012년부터는 ‘미리내 운동’에도 동참했다. 어려운 이웃이 나중에 공짜로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돈을 내고 가는 시스템이다. 그는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선의를 베풀면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게 한쪽 벽면에는 200원부터 10만원까지 미리 돈을 내고 간 사람들이 남긴 ‘미리내 쿠폰’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그는 헌혈증과 ‘미리내’ 공짜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형편을 따로 묻지 않는다. 그는 “불우이웃의 기준을 내가 정할 수는 없다”면서 “누구라도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준다”고 말했다.

소박하게 시작된 나눔 활동은 점점 커졌다. 혼자 힘으로 가게까지 오기 힘들어 ‘미리내’ 쿠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2015년부터 매월 둘째 토요일을 ‘토주(토스트와 주먹밥)와 함께하는 장애인의 날’로 운영한다. 인근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장애인과 사회복지사들을 가게로 초청, 공짜로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다. 또 10월 4일 즈음엔 ‘주먹밥 1004데이’ 행사를 열어 서대문구 장애인들에게 1004인분의 주먹밥을 제공한다.

“행사가 알려지면서 후원자들이 늘어났어요. 쌀을 20㎏, 40㎏씩 보내 주 길래 ‘쌀 많으니까 보내지 마세요’라고 거절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기왕 들어온 쌀,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역에서 나누기로 했죠.”

그래서 지난해 11월부터는 매월 둘째 일요일에 ‘서울역 쪽방촌 나눔 행사’를 벌여 300인분의 식사를 나누고 있다. 행사 때마다 자원봉사에 나서는 사람도 여럿이다. 그는 “첫 행사 땐 봉사자가 38명이나 와서 너무 복잡해 일하기가 도리어 힘들었다. 이젠 하루 10명 정도로 선착순 마감한다”면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혼자 가게를 운영하며 봉사 활동까지 펼치는 일이 버거울 법도 한데 그는 “좋은 일에 동참한 분들이 단골이 되는 일이 많아 가게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거스름돈 몇 백원을 ‘미리내’로 기부하려고 일부러 싼 메뉴를 시키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기특하다”며 보람을 전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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