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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세, 꼭지점 찍었나

중앙일보 2017.01.19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트럼프(左), 메이(右)

트럼프(左), 메이(右)

정치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두 달 넘게 강세를 이어 온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돌직구’ 발언에 급락했고, 영국 파운드화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유럽연합(EU) 완전 탈퇴와 국익 최우선주의’에 급등했다.

강세 이어오던 달러 가치
트럼프 우려 발언에 급락
메이 ‘하드 브렉시트’ 연설
엔화·파운드화 몸값 올라
한은 ‘트럼프 리스크’ 경계감
“필요하면 비상대응계획 가동”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장은 당분간 정치 물결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2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과의 통상마찰이 거세질 전망인 데다, 영국에선 EU 탈퇴 절차가 속속 전개될 예정이어서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이뤄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미국 달러가 너무 강하다(too strong)” 며 “달러 강세로 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경쟁이 안 되고 이는 우리를 죽일 것(killing us)”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 대통령이 특정국을 탓하며 달러화의 방향성을 직접 언급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트럼프의 발언에 강(强)달러 기세는 즉각 꺾였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7일 100.33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보다 1% 가까이 급락했다. 달러화가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일본 엔화는 강세로 돌아섰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제 금값, 국채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WSJ는 트럼프가 촉발한 ‘환율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3일 2.38%에서 18일 오후 2.34%로 하락했다. 그만큼 국채 몸값이 올랐다는 의미다. 엔화 가치 역시 트럼프 발언 직전 달러당 114엔대에서 112~113엔대로 올랐다. 엔화 가치 상승에는 17일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완전 탈퇴)’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 예상보다 강경한 영국의 입장에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에 몰 린 것이다.

급작스러운 엔화 상승으로 일본에선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개인 외환투자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들은 달러 강세,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부분 엔화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는데 메이 총리의 연설로 엔화가 급등하자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파운드화는 메이 총리의 연설 이후 3% 가까이 급등했다. 메이 총리가 영국의 완벽한 독립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진 미지수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하드 브렉시트 여파가 3월 네덜란드 총선과 5월 프랑스 대선 등과 맞물려 반(反)EU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화의 앞날도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추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트럼프의 발언으로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선 강달러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숀 러슈턴 전 미국 상원 수석정책관은 WSJ 기고에서 “2015년 이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애플 등 기업 매출이 떨어지고 달러화 표시 부채를 가진 국가들의 부채가 불어나 디폴트(채무 불이행) 압박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러슈턴은 “레이건 행정부가 1985년 플라자 협정을 체결해 달러화를 평가절하했듯 또 다른 플라자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이런 글로벌 파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1분기(1~3월) 내내 폭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달러당 원화 값은 트럼프 발언에 영향을 받아 18일 전날보다 7.8원 상승한 1166.7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9일(1165.9원)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도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터닝 포인트’가 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재정투자보다 러시아에 대한 외교정책, 대(對)중국 보호무역정책을 중점적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동시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이 올 1분기 내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트럼프 리스크’에 경계감을 높였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8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트럼프 정부 정책 방향 구체화, 브렉시트 협상 진행 방향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기관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대내외 경제·금융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적기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소아·조현숙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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