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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절대다수결 결선투표제는 헌법사항

중앙일보 2017.01.19 00:26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2016년 12월 9일 우리나라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넘어갔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대통령선거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은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선거에서 최대한의 지지를 획득한다면 그 민주적 정당성과 대표성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학계와 정치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대통령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과반수 이상 지지하는 대통령
민주적 정당성 확보에선 중요
그러나 헌법에선 상대다수결
개헌 없이 법률 개정으론 안 돼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후 60년 제2공화국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했다. 현행 헌법도 5년 단임 직선제의 대통령제를 채택·운용하고 있다. 87년 개정된 헌법에 의해 제13대 대통령을 선출한 이후 제18대까지 대통령선거는 변함없이 후보자들 중 최고 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권력 분립 원칙에 따른 행정부 수반으로서 지위뿐만 아니라 국가의 원수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은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이나 대표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이 대표를 선출해 국정을 위임한다는 점에서 대표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가 있어야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전개됐다. 민주주의에서 의사 결정은 다수결 원칙이 적용된다. 의사 결정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은 수에 있어 다른 방법으로 결정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결정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는 후보자들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점에서 결정 다수의 유형에서 보면 단순 다수다. 이 경우 후보자가 난립한다면 과반수에 못 미치는 득표로도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어 국민 대표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현행 헌법 아래서 그동안 치러졌던 대통령선거를 보면 당선자가 투표자의 과반수를 넘어 득표한 경우는 제18대 대선이 유일하다. 그리고 제17대와 제18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득표율 1위가 2·3위 득표율을 합한 것보다 부족하다. 더구나 전체 국민 중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당선자의 득표율은 더욱 내려간다. 그동안 과반수도 안 되는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 그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이 있었다. 대통령선거에서 결선투표제가 거론되는 이유도 헌법상 국가 원수이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대통령이라면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의 과반수는 아니라도 투표자의 과반수 지지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자의 대표성 강화는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헌법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헌법 질서에서 투표자의 과반수를 내용으로 하는 절대다수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헌법의 명문 규정을 필요로 한다. 물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은 헌법이 명문으로 결선투표를 금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로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헌법 제67조 제5항은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공직선거법의 개정이나 결선투표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다.

헌법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자 결정 방식이 상대다수결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67조 제2항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 대해 국회에 의한 간선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최고 득표자가 2인이라 해도 국민직선으로 결선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당선자 결정 방식이 헌법사항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자 결정 방식은 매우 핵심적 요소로 피선거권, 재·보궐선거, 임기와 중임 여부 및 선거의 기본 원칙과 함께 헌법에 규정돼야 할 사항이다.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자의 득표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면 국민직선제 못지않게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도 필요하다. 상대다수결 선거 방식에서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득표 수 확보를 요건으로 할 수 있다. 단독 후보의 경우 그 득표 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는 현행 헌법 제67조 제3항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최소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장치로서 상대다수결 선거 방식 아래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법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은 대통령선거에서 상대다수결 선거 방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공직선거법의 개정만으로 절대다수결 선거 방식의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위헌이라고 본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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