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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개시 30일…의외의 변수에 '골머리'

중앙일보 2017.01.19 00:01
19일로 출범 30일을 맞는 '박영수호'(특별검사팀)가 순항중으로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물밑에선 크고 작은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건에 관계된 핵심 참고인들의 소환 불응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순실씨(61)다. 검찰 특수본에 의해 구속기소됐지만 특검 수사에 관련해선 아직 참고인 신분인 최씨는 지난달 24일 첫 소환조사 이후 계속되는 소환요구에 "심한 정신적 충격" "탄핵심판 출석과 법원 재판 준비" 등을 그 사유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4일 “구속 피의자가 수차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소환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아직 특검은 뾰족한 방법을 내지 못한 상태다. 특검팀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받으려면 최씨의 새로운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영장청구서에 적시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고 설명했다.

고영태(41) 전 빌로밀로 대표, 하정희(39) 순천향대 교수 등과 청와대 행정관 일부도 소환 불응으로 특검의 애를 먹이는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고씨는 더블루K 등을 통한 최씨의 이권개입 과정을 실행했던 사람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만들던 소위 '샘플실'의 실질적 운영책임자였다.

하 교수는 차은택 전 CF 감독이 검찰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최순실씨,고영태씨 등과 함께 기흥CC에서 골프를 친 상대라고 밝혀 유명해진 인물이다. 최근에는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에서 공부한 하씨가 당시 교수었던 김종씨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추천한 장본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하 교수는 당초 특검팀 소환에 수차례 불응하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 특검팀 관계자는 "입법과정에서 논의됐던 중요참고인 강제 구인제도만 도입됐더라면 하지 않아도 됐을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에 암초로 작용하는 특검법의 문제점은 또 있다. 수사 대상을 '14+1'로 한정하는 2조다. 이번 특검법은 14가지 수사대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15호에 “1호~14호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정해 놨다. 여기서 ‘관련 사건’이라는 말의 해석을 두고 법원과 특검의 의견이 충돌해 왔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관련 사건'이라는 개념에 대한 별도 규정이 있는만큼 1~14호 사건의 등장 인물이 벌인 다른 사건 등으로 한정 해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에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일시적 조직인 특검이 할 수 있는 인지수사의 폭을 무한정 넓혀 놓으면 인권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로 특검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할 때면 간혹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발부과정에서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수사관들이 진입 대기하고 있던 새벽에 일시적으로 취소됐던 것도 법원이 내린 영장 청구서류 보정 명령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국회 법사위원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호 규정에서 '관련'이란 단어만 삭제하면 수사대상과 관련한 불필요한 신경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각 참고인 강제구인제도 도입하고 인지사건 수사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시간이다. 특검 종료시한(연장불허시 2월28일)까지 특검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20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한 번 뿐이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된 상태에서 야당이라고 새누리당의 반대기류를 무릅쓰고 특검법 개정을 처리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맞닥뜨린 또 다른 돌발 변수는 관계기관의 비협조적 태도다. 특검법에는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보유한 유관기관은 특검의 협조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유관기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특검팀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까지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최근에도 특검팀은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국세청과 금감원에 자료를 요구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관계기관의 비협조로 필요한 자료마다 모두 압수 영장을 받아야 한다면 수사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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