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룸 레터] '청문회 스타' 유감

중앙일보 2017.01.18 16:56
미국 트럼프 정부의 법무부장관 후보로 내정된 제프 세션스(71)에 대한 의원들의 인사 청문회 장면은 천둥이고 벼락이었습니다. 호통과 면박에 익숙한 우리 정치인들의 입에 또 하나의 화두를 물리게 한 것입니다.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캐피털홀에 있었던 청문회 모습을 복기해보시죠. 청문회장에는 세션스의 부인과 딸 내외, 4명의 손녀도 함께 나왔습니다. 청문회 시작 전 까지 손녀들은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인형을 흔들고 놀기도 했습니다. 상원 법사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세션스는 가족들을 한명 한명씩 소개했고,가족들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로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였지만 비난이 아닌 해명의 기회를 충분히 준 청문회였습니다.

우리의 정치문화에선 상상하기 힘든 장면일 것입니다. 인사 청문회를 경험했던 고위 관료들은 “솔직히 가족들이 볼까봐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인신공격과 비난 속에서도 청문 당사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에게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건방지다”며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인 것이 우리의 청문회 모습입니다.


몇 해 전 미국 통신회사인 AT&T와 구글의 최고 경영자들이 국정조사에 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피감기관 종사자들은 “우리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소비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충분히 피력했습니다. 의원들도 “나는 당신과의 대화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입장을 말해달라”며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잃지 않았습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많은 국회의원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청문회를 이유로 증인들에게 수준이하의 막말을 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증인은 죽어서도 천당에는 갈 수 없을 것” “구치소가 멀지 않았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 해야할까요. 별 팩트도 없이 반말로 고함만 지르고도 ‘청문회 스타’ 대접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악동으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축구선수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한 거물급 인사를 향해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부터 존중하는 것부터 배워라”고 말했습니다.

숨가쁜 하루를 정리하는 메시지, [뉴스룸 레터]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신청하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