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정치문화에선 상상하기 힘든 장면일 것입니다. 인사 청문회를 경험했던 고위 관료들은 “솔직히 가족들이 볼까봐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인신공격과 비난 속에서도 청문 당사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에게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건방지다”며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인 것이 우리의 청문회 모습입니다.
몇 해 전 미국 통신회사인 AT&T와 구글의 최고 경영자들이 국정조사에 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피감기관 종사자들은 “우리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소비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충분히 피력했습니다. 의원들도 “나는 당신과의 대화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입장을 말해달라”며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잃지 않았습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많은 국회의원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청문회를 이유로 증인들에게 수준이하의 막말을 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증인은 죽어서도 천당에는 갈 수 없을 것” “구치소가 멀지 않았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 해야할까요. 별 팩트도 없이 반말로 고함만 지르고도 ‘청문회 스타’ 대접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악동으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축구선수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한 거물급 인사를 향해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부터 존중하는 것부터 배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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