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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트럼프에게 北, 9·11 테러같은 시험대 될 수도"

중앙일보 2017.01.18 15:10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빅터 차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18일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은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평가받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북한이 그 시험대가 되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국 경제의 진로’ 국제세미나(대한상의 주최) 강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우엔 9·11 테러가 그에 대한 평가를 바꾼 시험대였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과시를 시도할 수 있다.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이런 사건이 일어나길 원치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ICBM 개발은 인정을 받기 위한 외교적 목적이 아니라 정말 미 본토에 도달할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라며 “북한이 완전한 기술 개발에 몇 년이 걸릴 지 모르지만, 목표와 의지가 명확한 만큼 이에 수동적 입장을 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 재무부가 전례 없이 강도높은 대북 제재안을 마련했고, 이를 지금 시점에서 약화시키거나 후퇴시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가 효과가 없단 말을 쉽게 하지만, 제재란 건 대상이 협상장으로 다시 돌아온 뒤에야 ‘아 효과가 있었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다.

그는 “중국 기업이 북한과 제재를 위반하는 거래를 한다면 제 3국 기업이라고 해도 제재해야 한다”며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차 석좌는 한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대북공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만약 당장 6차 핵실험이 발생해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지도부와 통화를 하고자 한다면, 전화를 해도 한국에 받을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상황이 고쳐져야 한다”며 “한국에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서 많은 도전과제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차 석좌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나 국방부의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맡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 석좌는 강연에 앞서 가진 언론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국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철회하거나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한 의견을 묻자 “두 가지 모두 중요한 합의”라며 “사드는 한국 방위와 한미동맹에 좋은 일이며, 한·일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건 역내 핵심동맹국가들과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해갈 수 있단 점에서 미국 정부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강연 자료를 통해선 사드를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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