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민마이크] 우리 영웅 제2화 아들의 편지

중앙일보 2017.01.18 15:02
제2화 마익후(馬謚厚)에게 온 '아들의 편지'

#시민마이크 '마익후(馬謚厚)'씨에게 온 편지
진심. 그 진짜 마음이 담긴 편지 한통이 도착한 것은 18일 오전의 일이었소. 장문의 편지에는 어깨에 묵직한 짐을 지고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이야기, 그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었소. 애시당초 '우리 동네 영웅'이라는 코너에 대전에 사는 한 청년이 글을 올렸을 때만 하여도 짐작치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였소.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지만, 그 평범함 속에 우리의 삶이 그대로 들어있는 듯 하여 다소 길지만 전문을 여러분들과 나누려고 한다오. 시민마이크의 '우리 동네 영웅'은 연중무휴, 늘 열려있다오. 여러분의 소소한 이야기, 칭찬하고 싶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겠소?
 
#은퇴한 아버지의 노란버스
안녕하세요. 오늘 시민마이크 앞에서 제가 할 이야기는 저희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9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공대를 나오신 저희 아버지께서는 한때는 대기업에 다니시고, 후에는 사업도 하는 등 평생을 반도체 관련 업무만 하시며 사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하시던 사업을 그만두시고 가족들에게 작은 소형 버스를 하나 구입해 운전기사 일을 시작할거라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당연히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장고 끝에 결론을 내린 아버지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짧다고 할 수 없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저는 아버지의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비정규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아버지는 일감이 생기시면 그것에 맞춰서 시도 때도 없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주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침에 학생들 등교에 맞춰서 나가거나 저녁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을 태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감이 없을 때는 집에 주로 계십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이 안정이 되어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나가시고 계셔서 안심입니다.

또한 임금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최근에도 아버지께서는 몇 달 간 계속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 얼굴에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속마음이 겉표정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인 아버지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문제는 잘 해결됐지만 임금과 관련된 그런 마음고생에서 또한 벗어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 4학년, 아들의 마음
저는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군대를 다녀왔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졸업이 지난 나이에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유는 방황이 시기가 길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정해진 계단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대학에 진학한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마치 사방이 낭떠러지인 외딴 섬에 혼자 고립되어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방황 끝에 다행히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절망을 털어내고 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큰 착각 속에 빠져있었습니다. 그것은 저 자신에 대한 과신이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낸 별에 방향을 의지하며, 스스로 다리를 놓고, 스스로의 다리로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나의 지지대가 되어준 아버지
어느 날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내가 쌓은 이 다리의 재료는 어디서 난 걸까? 또 다른 어느 날, 강풍이 몰아치고 비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어왔습니다. 그때 저는 이 끝을 모르는 긴 다리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득 내려다보자 제가 만든 적 없는 튼튼한 지지대가 아래에서 다리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지지대를 쌓는 것은 다리를 이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 험난한 과정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이어온 이 다리는 저 지지대가 없었다면 오늘날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제야 저는 제 마음속에 평생을 갚아도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빚을 아버지께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여는 새벽, 아들도 달린다
저는 돈을 벌어야 할 나이임에도 여전히 공부 중입니다. 저희 어머니 또한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꿈을 갖고 방송통신대학에 들어가 학업에 열중하고 계십니다. 동생 또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의 꿈이 빛을 잃지 않고 계속 희망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혼자서 세 명을 떠받치는 아버지의 묵묵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힘이 들고 때로는 지쳤을 텐데도, 이러한 암묵적인 희생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데도 저는 단 한 번의 불평도 아버지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깜깜한 새벽, 아버지께서 조용히 문을 열고 일하러 나가시는 소리를 들으며 저는 잠에서 깹니다. 그 소리와 함께 저도 하루의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오늘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는 그날, 제 마음속의 빚을 아버지 마음속의 빛으로 갚아드릴 그날을.

“저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 아침 일찍 운전 일을 하러 나가시는 아버지를 우리 가족의 영웅으로 추천합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peoplemic@peoplemic.com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