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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세계…트럼프는 보호주의, 시진핑은 자유시장, 한국은?

중앙일보 2017.01.18 14:34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자유시장주의 경제의 세계 리더인 미국이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들었고, 사회주의 지도국인 중국이 자유무역을 외치고 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수장에 오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연일 트위터를 통해 45% 국경세를 운운한다.

이에 반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1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해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격”이라며 “누구도 무역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한 테리사 메이는 같은 날 ‘글로벌 영국’을 선언하며 독자적으로 한국ㆍ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중국은 한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비관세 장벽을 높였고, 영국은 난민유입을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EU를 탈퇴한 면이 없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화를 지향하는 배경은 보호무역으로 되돌아가서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실제 1930년 7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인 60%의 평균관세율을 부과한 스무트-홀리 법안이 시행되자 영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이 잇따라 관세를 인상하면서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켰다. 1929년부터 33년까지 4년 동안 전세계 교역량이 3분의1로 급감했다. 보호무역 기조가 세계경제가 대공황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지체시켰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걸까. 자신의 지지층은 자유무역으로 인해 이득을 본 부류보다 오히려 중국산 제품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더 많이 때문이다. 북미 맥킨지그룹의 파트너 개리 핀커스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내에서 20%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면서 “이에 따른 고통이 미 중부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 국한됐고, 외국인 투자나 소비재의 가격하락에 따른 이득은 전국으로 희석되면서 자유무역의 좋은 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보호무역은 트럼프 지지층의 니즈(수요)를 채워주는 ‘사이더’인 셈이다. 실제 그는 ‘국경세 겁박’으로 자동차업계의 미국내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멕시코 등 신흥개발국에서 공장을 주로 운영해온 포드가 가장 먼저 멕시코 진출을 포기한다고 발표했고, 뒤이어 크라이슬러와 도요타는 미국내 투자를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눈치보던 현대차 또한 올해부터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지지자 입장에서는 분명 환호할 일이다.

국경세에 찬성하는 하버드대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국경세 부과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역상대국들이 미국 수입품에 보복적 관세를 부과하면 이러한 이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소돼 결과적으로 전세계 파이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의 기업정책은 미국내 일자리를 늘려주는 기업, 미국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기업이 이득을 보게 마련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보다 미국 중심 기업들에 유리한 바람이 불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에 대해서는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렸고, 미국내 매출비중이 대부분인 닥터페퍼 스내플은 ‘중립’으로 올렸다. 코카콜라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강달러 현상으로 신흥시장에서 환차손을 보고, 트럼프가 약속한 법인세율 인하 혜택도 적게 본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또 다른 다국적기업인 프록터&갬블(P&G)의 투자의견도 ‘매도’로 낮췄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중의 경제프레임 전쟁이 시작된다. 시주석은 다보스포럼에서 환율을 조작하거나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나 결국 미국이 피스톤을 당길 것에 대비해 중국은 보잉 항공기 주문 취소,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조치는 물론 최대 달러 보유국으로서 대미 반격 카드도 준비 중이다.

로리 나이트 전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장은 “한국은 중국ㆍ일본ㆍ러시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내 1조달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망을 총 동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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