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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다보스 연설, 어디서 나왔나 보니…

중앙일보 2017.01.18 11:36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개막 연설 중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신화망]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개막 연설 중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신화망]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보스 포럼 개막 연설을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명구절로 시작했습니다. 산업혁명 직후 런던과 파리를 묘사한 『두 도시 이야기』 첫 구절로 모순으로 가득찬 현실을 진단한 뒤에는 한시를 인용합니다.

“단 참외에도 쓴 꼭지가 있고 아름다운 대추도 가시나무에서 열린다(甘瓜抱苦체(초두머리艸 아래 帝); 美棗生荊棘·감과포고체 미조생형극).” 한(漢)나라 때 필자 미상의 한시로 세상에 완벽한 사물은 없다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참외가 비록 달아도 꼭지는 쓰며, 대추가 먹기 좋아도 대추 나무에는 가시가 있다는 시입니다.

이 시는 “이익이란 글자는 옆에 칼이 기대어 있고, 남의 것을 탐하면 스스로를 해치기 마련이다(利旁有倚刀 貪人還自賊·이방유의도 탐인환자적)”라는 구절로 이어집니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도 등장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장차 광범하고 심원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것을 포함해 특별히 자본의 보상과 노동력의 보상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제 적십자회 창립자인 앙리 뒤낭의 “진정한 적은 우리 이웃이 아니라 기아와 빈곤, 무지와 미신, 편견”이라는 말도 인용했습니다. 중국의 고전 『예기(禮記)』 예운(禮運)도 나옵니다. 특히 쑨원(孫文) 선생이 즐겨 썼던 구절이기도 합니다. “대도가 행해지면 천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 된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 중국의 유토피아이자 이상향인 대동(大同) 사회를 묘사한 말입니다. 『회남자(淮南子)』도 인용합니다. “힘모아 대처하면 이겨내지 못할 바가 없고 여럿이 지혜를 모아 행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積力之所擧 則無不勝也 衆智之所爲 則無不成也).” 회남자는 한(漢) 고조 유방(劉邦)의 손자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지은 집단지성 모음집입니다.

지난해 항저우(杭州)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 연설서 인용했던 출처 미상의 옛 구절도 재차 등장했습니다. “작은 지혜는 사안을 다스리고, 큰 지혜는 제도를 다스린다(小智治事 大智治制).” 중간급 지혜는 사람을 다스린다(中智治人)이라는 말도 중국에서는 종종 인용됩니다.
좋은 연설문은 동서고금의 시의적절한 인용문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시진핑의 연설이었습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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