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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CCTV로 경찰관 근무태만 적발은 ‘적법’

중앙일보 2017.01.18 01:30 종합 21면 지면보기
“변사사건 발생. 즉시 현장 출동 후 조치 바람.” 지난해 5월 8일 오후 8시50분쯤 전남 해남경찰서 112종합상황실은 관내 한 파출소에 지령을 내렸다.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됐으니 현장에 출동하라”는 내용이었다.

출동지령 무시한 파출소 경위 2명
“녹화 자료 바탕 징계 부당” 고발
광주지검 해남지청 ‘혐의 없음’처분

당시 근무자였던 해당 파출소 소속 A경위(51)와 B경위(55)는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상황실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잘 닿지 않기도 했다. 결국 다른 파출소 근무자들이 대신 현장에 출동해야 했다.

경찰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두 경찰관을 감찰했다. 앞서 이들은 동료들 사이에서 “제대로 근무를 서지 않는다”는 얘기가 경찰서 청문감사관실까지 들려오던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하는 날에는 순찰차가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A경위와 B경위는 출동하지 못한 나름의 이유를 댔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A경위는 “지령이 전달됐을 때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B경위는 “파출소 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파출소 폐쇄회로TV(CCTV) 확인에 나섰다. 두 경찰관이 함께 야간 근무를 서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초부터 한 달여 기록을 살펴보자 엉터리 근무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야간 근무 중 2~3시간마다 하게 돼 있는 범죄 예방 순찰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두 경찰관이 근무를 서면 순찰차가 꼼짝 않는다는 얘기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파출소에서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만 볼 때도 있었다. 경찰은 CCTV 자료를 근거로 두 경찰관을 중징계했다. A경위는 정직 1개월, B경위는 정직 3개월 처분했다.

두 경찰관은 반발했다. “‘시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파출소 CCTV 자료를 동의 없이 열어보고 감찰을 한 게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경찰인권센터를 운영 중인 장신중 전 총경 은 CCTV 자료를 감찰 부서에 제공한 파출소장과 청문감사관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17일 “피고발인인 두 경찰관에 대해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자료제출 요구) 등을 고려할 때 감사(감찰) 업무 일환으로 CCTV 자료를 요구하고 열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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