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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평화의 소녀상 위치 놓고 중구청-시민단체 줄다리기

중앙일보 2017.01.18 01:21 종합 21면 지면보기
대구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 장소를 놓고 시민단체와 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설치장소로 시민단체는 대구백화점 광장을, 대구 중구청은 국채보상운동기념 공원 등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 2000명 참여 4000만원 모금
유동 인구 많은 동성로에 설치 요구
중구 “도로법상 조형물 설치 불법”
국채보상공원, 3·1만세운동길 제시
이달 중 설치 장소 논의하기로

17일 대구소녀상건립범시민추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제작에 들어간 대구 평화의 소녀상은 다음달 완성된다. 제막식은 오는 3월 1일 열릴 예정이다. 소녀상 건립비 4000만원은 대구시민 2000여 명이 모았다.

대구소녀상추진위는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이 유동인구가 많아 평화의 소녀상 설치장소로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이정찬 대구소녀상추진위 집행위원장은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과거 민주광장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중구청도 더 이상 반대하지 말고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위안부 피해자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는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고 과거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를 본 모든 소녀들의 아픔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동성로에 설치해야 역사적 교훈을 후세에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일단 설치하고 5년 정도 지켜본 뒤 옮길 수는 있지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대구백화점 앞 광장 설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반면 동성로 관할 구청인 중구청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또는 3·1만세운동길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제강점기 역사와 관련이 깊은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1907년 2월 서상돈 등 대구의 지식인이 주도한 주권 회복 운동을 기념해 조성한 공원이다. 3·1만세운동길 역시 대구에서 3·1운동에 참가한 인물들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곳이다.

중구청은 동성로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도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도로법에 따르면 공공시설인 도로에 민간단체가 소녀상 같은 고정된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람으로 붐비는 동성로보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소녀상 추진위 측을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달 중 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설치장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지자체가 막아선 것이지만 대구는 설치장소를 놓고 의견 대립하는 수준”이라며 “양 측이 원만히 합의하면 대구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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