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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9.5%뿐…따릉이는 달리고 싶다

중앙일보 2017.01.18 01:15 종합 21면 지면보기
17일 자전거를 탄 시민이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주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만 진입해야 하는 도로에 주차된 덤프 트럭이 길을 막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17일 자전거를 탄 시민이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주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만 진입해야 하는 도로에 주차된 덤프 트럭이 길을 막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17일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주변에서 자동차 경적음이 신경질적으로 울렸다. 택시 한 대가 갑자기 도로 위에 침범했기 때문이다. 경적음에 놀란 자전거 운전자 박현순(27)씨는 황급히 자전거에서 내려 보행로로 올라갔다. 택시 기사도 박씨도 서로를 원망했다. 박씨는 편도 2차로의 바깥에 2m 폭으로 붙어 있는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바닥에 붉은색 페인트 칠이 된 자전거 전용 차로다. 그런데 차로 위에 대형 덤프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트럭을 비켜가려다가 왼쪽 차로에 진입했고 택시와 충돌할 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박씨는 “집이 직장 근처라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데 오늘처럼 어쩔 수 없이 보행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가 많다”고 했다. 이날 여의도역 출구와 인근 상가 앞 자전거 도로에 주정차한 차들은 10여대 가량이 있었다.

서울시내 전용도로 실태 살펴보니
그나마 불법 주정차에 무용지물
자전거 차로로 달려 아슬아슬
“내년 말까지 11.5%로 늘릴 것”
CCTV 설치 확대 등 단속도 강화

서울시의 자전거 도로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전거 도로는 늘고 있지만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 문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에 주정차를 했다가 ‘딱지’(과태료 처분)를 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도로 주정차 관련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차량 건수는 4039건이었다. 하루 11건 꼴로 자전거 도로 주정차 위반 등이 적발되고 있다. 김영호 서울시 전용차로과징팀장은 “차로 가장자리에 자전거 도로가 있다보니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적지 않다. 차로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에 정차해 있는 택시들. 이곳에 주정차 할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사진 김경록 기자]

자전거 도로에 정차해 있는 택시들. 이곳에 주정차 할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사진 김경록 기자]

적발된 차량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대부분이 택시나 택배 트럭 등의 생계형 차량이다. 단속원들과 실랑이도 자주 벌어진다. 단속원 서동원씨는 “단속된 사람들은 ‘몇 분 세워두지 않았는데 왜 내 차만 단속하느냐’ ‘노점상 단속이나 하라’는 식으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많아서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이날 지하철역 출구 앞 자전거 도로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홍모(70)씨는 “우리도 영업을 해야 하는데 지하철 역 출구 등 사람이 많은 곳에 택시를 세워둘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자전거 이용자들이 보행로로 다니면 딱지를 안 떼면서 왜 우리만 단속하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주말에는 택시기사들이 자전거 도로에 주·정차를 주의하는 등 나름대로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 확대를 권장하고 자전거 도로도 더 늘릴 방침이다. 현재 자전거 도로를 갖춘 시내 도로는 전체의 9.5%(778.8㎞, 2015년 말 기준)인데 내년까지 11.5%로 늘릴 계획이다. 자전거 도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자전거 도로의 종류는 4개다. 이중 과태료 5만원 부과 대상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 위반이다. 볼라드 등으로 차량 진입을 막은 도로가 자전거 전용도로이고 볼라드 없이 차로 바깥에 붉은색 페인트칠이 된 것이 자전거 전용차로다. 그 외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 자전거 우선도로(일반 차로에 자전거 표시, 자전거에 주행 우선권) 등이 있다.

김성영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장은 “네덜란드 자전거 도로는 3만5000㎞에 이르고 자전거 수단 분담율도 48%를 차지할 정도다. 자전거 도로를 더 늘리고 단속도 강화하면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공 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를 올해 안에 840곳을 추가 설치하고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여의도 일대에 자전거 도로 위반 단속용 폐쇄회로(CC)TV 8대를 설치하는 등 CCTV를 늘리기로 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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