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원 신작 『정본소설』사임당?
『정본소설 사임당』 펴낸 이순원
율곡과 당대 주변인물 자료 섭렵
“그림 위해 자주 외출한 사실 감추려
송시열 등이 산수화 폐기했을 수도”
이씨는 “사임당의 이름부터 잘못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등 대부분의 자료에 ‘신인선(申仁善)’으로 돼 있는데 이는 90년대 출간된 한 동화에서 임의로 그렇게 쓴 후 잘못된 인용이 반복된 결과다. 이씨는 “가장 믿을 만한 자료인 율곡의 ‘선비행장’에는 사임당의 이름을 ‘모(某)’라고만 표현했다”고 밝혔다. 임금이나 부모의 이름을 쓰기를 꺼린 당대의 관습 때문이다. 사임당의 진짜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화가 난 사임당이 공자·주자의 예법을 따지며 나눈 부부간 대화도 근거가 없다. 인터넷에 버젓이 사실처럼 나돌지만 조선 후기 문신 정래주가 사임당 사후 180년이나 지나 지은 『동계만록』에 나오는 일화로 팩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왜 이런 왜곡이 생겨난 걸까. 율곡을 따랐던 송시열 등 조선 후기 문인들이 대학자 율곡을 기리기 위해 어머니 사임당을 현숙한 부인으로 덫칠하는 데 골몰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사임당의 산수화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성들의 바깥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던 시절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집밖에 나갔다는 사실은 파격 중의 파격이어서 송시열 등이 이를 은폐하려 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사임당의 많은 산수화를 폐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율곡의 서모가 악처였다거나 사임당이 세상을 떴을 때 집안 형편이 극히 좋지 않았다는 얘기도, 율곡의 고난 극복 스토리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왜곡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사임당은 여성 군자 같은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유교 이념에 충실하면서도 강단 있게 예술적 재능을 뽐냈다”고 했다. 율곡이 유일한 스승으로 어머니를 꼽을 만큼 조선 시대 최고의 여성 지식인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지폐에 등장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