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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아침에 주문한 옷이 벌써?…IT 탑재한 ‘부릉엔진’ 덕분이죠

중앙일보 2017.01.18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물류 허브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영역,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타깃으로 삼는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상점위치·차량·도착시간 분석
가장 빠른 배송경로 알려줘
신세계·롯데마트·빕스도 고객
직원 185명 중 절반이 엔지니어

물류에 정보기술(IT)을 입히려는 국내 스타트업 메쉬코리아가 표방하는 바다. 라스트 마일은 주로 대형 물류 센터나 매장에서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2~3㎞ 구간을 가리킨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

메쉬코리아가 이 ‘라스트 마일’을 공략하고 나서면서 국내 물류 배송 시스템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과 수학을 공부하고 MBA까지 마친 유정범(35) 메쉬코리아 대표는 병역특례요원 시절 구상한 창업 아이템으로 친구 7명과 힘을 합쳐 2012년 메쉬코리아를 세웠다. 설립한지 5년이 안됐지만 메쉬코리아는 누적투자금액 230억원이 넘은 중견 스타트업이 됐고 7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185명으로 늘었다. 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엔지니어 출신인 점도 흥미롭다.

사업 영역은 B2C(일반 소비자거래)와 B2B(기업간거래)를 넘나든다. 메쉬코리아의 생활 배달 앱 ‘부탁해!’는 유명 프랜차이즈의 음식이나 편의점 CU 등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가장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B2B 서비스인 ‘메쉬프라임’은 교보문고·신세계·이마트·풀무원 등 대기업들의 소규모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당일 배송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부릉’(VROONG)은 일종의 오토바이 물류 인프라다.
메쉬코리아와 제휴 관계인 1만3000여명의 오토바이 기사들이 첨단 IT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사륜차로 각 업체 창고에서 메쉬코리아의 물류 거점 ‘부릉 스테이션’으로 물건을 운반하면, 여기서부터 기사들이 고객들에게 물건을 최종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기존 물류 배송 방식이 복수의 주문을 취합해서 물류 거점에서 일괄적으로 배송했다면, 메쉬코리아는 여러 매장에서 물건을 확보해 기사들에게 물건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준다.

지난 4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유 대표는 “메쉬코리아는 단순한 O2O(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연결 서비스)기업을 넘어서는 물류 혁신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IT 기술력이 어떻게 물류 업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강조해서 설명했다. 병역특례요원 시절 집 앞에서 퀵서비스 기사들이 배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는 그는 “‘배달은 무료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소비자·기사·화주 모두의 상생을 도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업체와 오토바이 기사, 소비자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배달 솔루션을 찾고 싶었다”며 “주로 유전체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많이 활용하는 ‘패턴 마이닝’ 방식을 물류 업계에 적용시켰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미 카네기멜론대, 일리노이공대, UC버클리 등을 졸업한 엔지니어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존 배송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배달기사 수만 명의 배달 상황 및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수천명을 분석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일정한 규칙과 반복되는 배달 특성이 수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니보이기 시작했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자동배차 솔루션 ‘부릉 엔진’은 배송 기사와 상점의 위치, 차량의 적재용량, 배송 경로 및 시간, 교통정보, 고객이 원하는 도착 시간을 분석하고 예측해 최적화된 배차와 효율적인 배송 경로를 제안한다. 가까운 곳부터 가거나 아파트를 선호한다거나 등등의 기사의 업무 방식, 즉 배달 패턴도 반영한다고 한다. 수시로 변동하는 배송 상황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

그는 “최종적으로 물건을 받아보는 소비자가 불만족하면 기사도 불만족하게 되고 또 업체도 불만족하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상생을 추구하는 게 우리의 모토”라고 설명했다.

메쉬코리아의 기술력은 빠른 속도로 인정받고 있다. ▶주문 정보 처리 방식 ▶임대요금 분배 방법 ▶배송 경로를 학습해서 배송 계획을 생성하는 장치 등 총 9건의 특허를 출원받다. 신세계·이마트·롯데마트 등 쇼핑 업체부터 빕스·공차·뚜레주르 등 외식업체까지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물류 시스템과 IT의 결합으로 물류 생태계 개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처리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사들의 쉼터이자 물류 거점 기지인 ‘부릉 스테이션’도 현재 전국 40곳에서 올해 말까지 7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메쉬코리아는 해외 진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 최대 식료품 온라인 판매 업체인 어니스트비에 메쉬코리아의 자동 배차 솔루션을 판매했다.

다음 달에는 일본 현지 기업과 손잡고 도쿄 시부야에서 메쉬코리아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 대표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기업들의 C레벨(최고경영자)들과 사업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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