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014년 8월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현지에서 생산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1/17/htm_2017011723316232105.jpg)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014년 8월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현지에서 생산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멕시코 생산 35% 관세” 공세
포드·도요타 이미 백기 들어
멕시코 공장 둔 삼성·LG도
관세 위협 가능성에 고심
철강은 직접 피해 없을 듯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투자계획은 트럼프의 압력이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다만 미국 자동차시장의 수요를 고려할 때 신공장 건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박에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건 미국 자동차 ‘빅3’였다. 포드는 지난 3일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들여 멕시코에 소형차 생산공장을 세우려고 했던 계획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대신 전기차·자율주행차 생산을 위해 미시간주 공장에 7억 달러(약 8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외국 기업도 속수무책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도요타가 멕시코 바하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는데 절대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압박했다.
결국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9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앞으로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키로 한 계획을 수정해 미국 투자를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또 트럼프는 15일 독일 일간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BMW가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여기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면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 BMW는 미국 땅에 자동차 공장을 지어야 한다. 그게 회사에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한국 업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대·기아차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668만7000대)의 10%가 미국 수출량(66만8000대)인 데다 기아차가 1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했기 때문이다. 연간 40만 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생산량의 60%를 북미로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차로선 트럼프의 압력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31억 달러가 현대차그룹 전체로 볼 때 대규모 투자는 아니다. 다만 신규 공장 건설보다 기존 공장의 R&D 투자 확대, 환경 개선 투자 등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업계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대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TV·냉장고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트럼프가 보복 관세를 물린다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LG전자도 멕시코에서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미국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북미 세탁기 생산 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미국 생산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김기환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