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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단장 ‘선출’ 시대…낙하산 내릴 자리 좁아졌다

중앙일보 2017.01.18 00:41 종합 25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17일 염경엽(49) 전 넥센 감독을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 SK는 2009년부터 팀을 이끌었던 민경삼 전 단장에 이어 이번에도 이른바 ‘선출(선수 출신)’을 단장으로 선택했다. 염 신임 단장은 1991~2000년 태평양과 현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 현대·LG에서 스카우트와 운영팀장으로 일했던 그는 넥센 사령탑을 거쳐 다시 프런트(구단 운영진)로 돌아왔다.

SK 염경엽까지…신임 6명 중 4명
“야구 알아야 감독·프런트 잘 이해”
30팀 빅리그도 선출 아닌 단장 9명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선수 출신 단장이 절반인 5명이다. 단장은 모기업 임직원이나 선수 출신이 아닌 구단 내부인사가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감독에게 집중됐던 권한의 상당 부분이 단장에게 이전되면서 ‘야구 전문가’ 단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선수 출신 단장은 민경삼 SK 단장(LG 선수 출신)과 두산 김태룡 단장(동아대 선수 출신) 뿐이었다. 이번 겨울 단장이 바뀐 6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선수 출신이다. 넥센은 지난 16일 고형욱 스카우트 팀장을 신임 단장에 임명했다. 고 단장은 쌍방울에서 5년간 선수로 뛰었다. 지난해 12월 LG는 선수 출신 송구홍 운영팀장을 단장에 선임했고, 한화도 지난 시즌 직후 LG 1군 감독을 지낸 박종훈 고양 다이노스(NC 2군) 본부장을 단장으로 영입했다.

선수 출신 단장 대부분이 선수 시절 특급스타는 아니었다. 수비형 유격수였던 염경엽 단장은 통산 타율이 0.195다. 박종훈 단장은 1983년 신인왕 출신이지만 부상으로 7시즌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아쉽게 선수 경력을 끝낸 이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염 단장은 “난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야구 공부를 열심히 했다. 단장은 오랜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선수 시절부터 공부했던 야구 노트만 수십 권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30개 팀 중 야구선수 경험이 없는 단장은 9명 뿐이다. 적어도 대학 때까지 선수로 뛰다가 경영능력을 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구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를 활용해 구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단장들이 각광받고 있다.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전 오클랜드 단장(현 사장)도 마이너리그 유망주 출신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는 추세다. 야구 전문지식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2011년부터 김태룡 단장과 호흡을 맞춰 한국시리즈를 2연패 한 김승영 두산 사장은 “선수 경험과 행정력을 갖춘 인물이 단장을 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선수 출신 단장은 현장(선수단)과 프런트의 조정자 역할도 잘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단장을 거쳐 사장에 오르는 게 이상적이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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