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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가 결선투표제를 요구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7.01.18 00:26 종합 29면 지면보기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대통령 탄핵소추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된 지난해 말 저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안철수 의원도 같은 제안을 내놓으면서 결선투표제는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사실 결선투표제는 새로운 구상이 아닙니다. ‘비례대표 확대’와 ‘선거연령 하향’과 함께 정치개혁을 위한 대표적인 숙원 과제입니다. 보수 정치권을 제외하면 국민적 공감대도 높습니다.

결선투표는 정치개혁 숙원 과제
개헌 아닌 선거법 개정으로 가능
국민주권주의 잘 실현할 수 있어
기득 정치권 무력화된 지금 적기


먼저 왜 ‘지금’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지부터 말씀드릴까 합니다. 많은 시민이 제게 지금은 박근혜 퇴진과 적폐 청산에 집중할 때이지 결선투표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맞습니다. 광장의 개혁 요구는 넓고 깊습니다. 재벌·검찰·언론 등 개혁의 메스를 대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개혁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개혁을 말하지만 촛불이 흩어지면 개혁도 흐지부지될 것입니다. 정치개혁 없이 대한민국의 근본적 개혁은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기득정치권이 무장해제된 지금이 정치개혁의 적기입니다.

다음으로 개혁에 집중해야 할 때 왜 개헌이냐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헌법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다면 저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지금 얘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 것처럼 결선투표제 도입은 개헌 사항이 아닙니다. 우리 헌법은 결선투표를 금지하지도, 명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제67조 5항은 대통령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라고 돼 있습니다. 지금 단순다수 방식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도 공직선거법에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무런 방식이나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평등·비밀·직접선거로 선출하라는 제67조 1항에 위배되지 않아야 합니다. 결선투표제는 현재 방식보다는 4대원칙에 더 부합하는 선거방식입니다. 요컨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가 선거법 개정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데 헌법적 장애는 없습니다.  
동점자가 발생하면 국회에서 투표로 최종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한 제67조 2항을 근거로 결선투표를 개헌 사항으로 해석하는 헌법학자들의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해당 조항은 이론적으로나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특별규정입니다. 이를 동점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제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입니다. 헌법 해석은 헌법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헌법학자가 해석하는 대로 국회 입법이 가능했다면 국민참여 재판 같은 개혁입법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헌법은 당대 시민의 정치적 의사와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되는 것이 맞습니다. 국회는 주권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헌법적 가치를 더 잘 실현할 책무가 있습니다. 저는 결선투표제 도입이 바로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왜 결선투표제가 도입돼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결선투표제는 국민주권주의를 더 잘 실현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한 번 더 투표할 기회가 주어지기에 유권자의 선택권이 확장됩니다. 또 사표가 줄어들어 투표가치도 더 평등해집니다. 당선 가능성 때문에 차선, 심지어 차악의 선택을 강요받지 않게 됩니다. 결선투표제는 다양한 정치세력과 유권자들의 정치참여를 높여 민주주의를 활기차게 만들어 줍니다.  

둘째, 결선투표제는 정부의 안정성을 높여 줍니다. 단순다수제 아래에서는 과반 지지를 넘는 대통령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투표율을 감안한 실제 지지율에서 3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행 제도는 지지자보다 반대자가 더 많은 인물을 선출하는 제도에 다름 아닙니다. 반대자들이 지지자보다 정부에 대한 인내심이 낮은 것은 당연합니다. 과거 모든 정부가 집권 초 허니문 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지율이 추락했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결선투표제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부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입니다.  

셋째, 결선투표제는 선진적 연합정치를 촉진합니다. 단순다수제는 승자독식과 양자구도를 강제합니다. 선거과정은 대권만 쫓는 이합집산과 단일화로 채워져 왔습니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참여는 억압되고, 어렵게 출마하더라도 사퇴압력에 시달립니다. 비전과 정책 경쟁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결선투표제는 이런 정치풍경을 완전히 바꿔 낼 것입니다. 소수당은 차별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게 됩니다. 1차 투표가 끝나고 2차 투표가 실시되기까지 연합정치의 공간이 주어집니다. 노선과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선진적 연합정치를 바탕으로 국민의 이해를 폭넓게 대변하는 정부가 출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꼭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인수위 활동 없이 당선과 동시에 정부가 시작됩니다. 다음 정부는 촛불광장이 제시한 근본적 개혁을 완수해야 합니다. 소수파 정부로는 곤란합니다. 국민의 광범한 지지를 받는 개혁연합정부가 출범해야 합니다. 요컨대 결선투표제 도입은 우리 정치를 바꾸고 좋은 정부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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